최근 기자가 속한 카네기멜론 대학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협력 사업을 발표했다. 협력의 구체적 내용은 MS가 150만달러(약 14억여원)를 지원해 ‘컴퓨터 기반의 생각(Computational Thinking)을 연구하는 MS 카네기멜론 센터’를 세운다는 것이다.
일단 MS 같은 회사가 ‘컴퓨터 기반의 생각’이라는,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분야의 연구를 지원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MS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듯 이번 합작 연구소는 MS 산하의 MS 리서치가 대학과 특정 분야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전 세계 8번째로 세운 것일 정도로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좀 더 들여다보니 놀라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카네기멜론 컴퓨터공학 대학 학장인 자네트 윙 박사에 따르면 ‘컴퓨터 기반의 생각’이란 생물학·천문학·경제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 분야와 심지어 일상 생활에서도 컴퓨터의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컴퓨터공학을 컴퓨터공학과의 테두리 안에만 가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 학문과 연계해서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얘기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공돌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난무하고 포스텍 수석 졸업자가 서울대 의대로 편입하는 우리의 현실을 빗대어 보면 컴퓨터공학을 중심으로 타 학문을 엮어나가려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시도와 이에 호응해 공동 연구소를 설립한 MS의 결정은 문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다.
그러나 부러워만 하기 보다는 카네기멜론과 MS의 협력이 갑자기 막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카네기멜론 대학은 산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교수로 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매우 활발하다. 이번 협력 사업을 주도한 MS 리서치의 릭 라시드 부사장은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 출신이며 지난해 문을 연 구글 피츠버그 연구소의 소장 역시 이 대학 교수다. 산업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대학을 이끌고 있으니 기업체도 그들을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의 ‘이공계가 아니라 이이계’라는 말처럼 이론의 틀 안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공계 위기 타파는 ‘대통령 과학장학생 제도’ 같은 번지르르한 정부 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