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는 흥행 보증수표 송강호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조폭’이라는 직업을 내세웠지만 우리 사회 가장의 역할과 애환, 소외 등을 다뤄 30∼50대 한국 가장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다.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강인구(송강호)는 비록 무력을 앞세워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건설회사 일자리를 따내지만 집에서는 영락없는 아버지다. 온갖 수모를 겪으며 ‘조직’ 생활을 버티지만 돌아오는 건 “당신 돈을 한번도 떳떳하게 써본 적 없다”는 아내와, “다른 조폭들은 칼도 잘 맞는다는데…”라는 딸 아이의 일기.
그럼에도 가장의 역할을 다하고 싶어 기꺼이 ‘기러기 아빠’ 신세를 자청하지만 현실은 너무 외롭다. 마지막 장면, 아내와 아이들이 한가롭게 물싸움을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까르르 웃는 모습이 담긴, ‘캐나다로부터 온 비디오테이프’를 본 송강호의 절규에 가까운 눈물·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과장’ ‘부장’이라는 직급 대신, ‘형님’소리를 듣는 남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가족 사랑만은 남다르지 않은 대한민국 가장 ‘강인구. 오늘도 그는 공기 좋은 전원주택에서 가족들과 우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조직 일도 열심히 하고 아빠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조직 일을 그만두라는 가족들의 냉대와 조직의 2인자 노상무와의 껄끄러운 관계는 그의 인생을 전혀 우아하지 못한 곳으로 끌어 내리는데…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