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계의 카지노는 합법일까, 위법일까?’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이 문제와 관련해 FBI가 세컨드라이프 내 카지노를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컨드라이프 서비스 업체인 린든랩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윤진수 린든랩 부사장은 “문제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시로 당국에 검토를 요청한다. 최근 있었던 FBI의 카지노 조사도 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수 백만명이 사용 중인 세컨드라이프는 온라인 가상현실 서비스. 하지만 회원이 이 곳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상품을 거래하는 등 현실세계처럼 실제 경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린든달러’라는 사이버 머니는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 있어 현실세계의 돈을 벌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면서 카지노가 하나 둘 들어서게 됐는데, 문제는 최근 미국 정부의 강력한 온라인 도박 금지 정책으로 쫓겨난 해외 도박 사이트 업체들이 세컨드라이프에 몰려 들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린든랩 측이 정부 당국에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현재 세컨드라이프 내 카지노에서 거래되는 도박이 어느 정도 규모인 지는 정확히 계산할 수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상위 3개 카지노 업체가 매월 1500달러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든랩 측은 “포커·슬롯머신·블랙잭을 할 수 있는 카지노가 수 백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변호사 대부분은 세컨드라이프에서 이뤄지는 카지노가 가치 있는 물건으로 내기하는 것을 금지한 미국 도박금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에 대한 린든랩의 책임 여부는 현재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불법인터넷도박강제법과 1970년에 제정된 불법도박사업법에 저촉돼 린든랩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조사를 실시한 FBI나 수사 당국에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세컨드라이프 내 카지노가 불법으로 판정나도 가상세계 속 도박 단속은 현실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린든랩 측은 “가상현실 속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도박이 이뤄지는 지 감시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경찰이 사이버 세상에서 암행 단속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