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이 우주에서 위성항법시스템 주도권 잡기에 한창인 가운데 땅위에선 GPS 수신칩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위성을 이용, 지상에서 길을 찾거나 방향을 안내 받기 위해선 위성 신호를 받아들이는 GPS칩이 기기마다 장착되는데, 이 시장을 놓고 세계적인 기술 업체들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와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GPS 수신칩 전문 업체인 글로벌 로케이트는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경쟁사인 서프테크놀로지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고, 이 회사의 칩을 사용한 마이택인터내셔널·미오테크놀로지·이텐·패로스사이언스테크놀로지 4개사의 내비게이션도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프테크놀로지의 수신칩은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제품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글로벌 로케이트가 주장한 특허 침해는 위성 수신 감도를 높이는 기술과 잘못된 경로를 찾아 수정하는 아키텍처 및 이와 관련된 알고리듬 등 총 6건이다. 글로벌 로케이트 측은 “ITC가 이를 즉각 조사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글로벌 로케이트의 제소는 서프테크놀로지에 대한 카운터펀치 성격을 띠고 있다.
서프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2월 18일 글로벌 로케이트가 자사의 4가지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방 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글로벌 로케이트는 올 1월 18일 서프사를 맞제소했고, 양사는 이후 지속적으로 공방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점점 더 깊어졌다. 이로 인해 그동안 문제 삼지 않던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까지 처음으로 양사의 특허 공방에 엮이게 됐다.
전 세계 GPS 수신칩 시장에서 글로벌 로케이트와 서프테크놀로지의 시장 점유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들은 서프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로케이션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대만 하이테크컴퓨터도 서프의 GPS칩을 쓰고 있지만 이 회사는 글로벌 로케이션 칩도 구매하고 있어 ITC제소에서 제외됐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미국 ABI리서치에 따르면 위성항법시스템 수신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03년 151억달러에서 2010년 380억달러로 연평균 14%씩 성장할 만큼 유망한 분야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GPS란=미국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 중 하나로, 1990년 이후 민간에 개방되면서 항공·선박·자동차 등에 상용화돼 현재는 세계 표준처럼 사용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