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또다시 국내에 큰 투자를 결정했다. 이미 지난해 한국 SW산업 활성화를 위해 3년간 6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당시 방한한 스티브 발머 사장이 밝힌 바 있는데, 11일에는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34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투자 대비 성과(ROI)에 철저한 다국적 기업이 한국 게임산업에 거금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한국 게임 시장이 유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MS와 같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은 절대로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는다. 아직 경영 프로세스가 덜 체계화된 국내 기업은 다국적 기업의 투자의지를 접하게 되면 하나같이 그 철저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번에 MS의 투자를 이끌어낸 건 우리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찬사가 예전보다 못하지만 아직도 이 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바일 분야도 한국만큼 앞서가는 곳이 별로 없다. 혹자는 한국의 모바일 분야 우수성을 일컬어 “한국의 현재가 세계의 미래”라고 할 정도다. 이 같은 이유로 MS도 한국에 거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게임 분야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MS는 3400만달러 투자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RTI)과 공동으로 게임 기술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MS가 가지고 있는 연구센터를 제공, 국내 게임업체의 글로벌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물론 MS에도 득이 되기 때문에 MS가 이번 일을 추진했겠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이미 MS는 1년 전부터 국내 SW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소프트웨어 생태계 프로젝트(KSE:Korea Software Ecosystem)’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해 14개의 중소 SW기업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으로 콘텐츠 제휴를 확대하게 됐다”거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와 제휴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
이번 한국 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이런 기존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게임업체들은 앞서 SW업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MS라는 글로벌 기업을 최대한 활용해 한단계 도약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SW든 게임이든 내수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은 국내 업계에 걸림돌이다. SW의 경우 내수가 세계 시장의 1%밖에 안 된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거인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진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게 좋은 대안이다.
이번 MS의 한국 투자가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제휴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제2, 제3의 MS가 계속 나와 국내 게임산업은 물론이고 IT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국내 기업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