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한미 FTA, 주사위는 던져졌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704/070416025942b.jpg)
1991년 통신시장에 처음 경쟁제도를 도입할 때 찬반논란이 거셌다. 특히 정부의 보호 아래 독점적 지위에 있던 통신사업자와 언론들이 우려와 부정적 문제점들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경쟁제도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난 현재 다시 평가해 보면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을 유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발전된 정보통신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IT 및 정보통신 산업의 세계 경쟁력은 바로 이 개방과 경쟁에 그 원동력이 있었다. 게다가 국민들은 품질 좋고 다양한 정보통신 서비스를 손쉽고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2일 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한미 FTA가 타결됐다. 2006년 5월 협상초안을 서로 교환한 이래 한국과 미국 간의 FTA는 24개 정부부처, 16개 이상의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 치열한 과정 속에서 첫 결실을 맺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 강대국의 견제와 후발 주자 개도국들의 저가공략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우리로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었던 그간의 협상은 마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고, 타결과 결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막판 협상은 결국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번 한미 FTA 체결로 우리 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개방과 상호 경쟁을 하게 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지만 대한민국 미래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초지일관 추진하였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미 FTA는 상품, 무역, 투자, 서비스, 경쟁,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제반 분야를 포괄하며, 한미 양국의 경제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EU, NAFTA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미국은 우리보다 무려 13배나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며, 미국 수입시장만 해도 전 세계의 16%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모름지기 장사를 하려면 큰 장사꾼과 상대해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
우리나라는 빈약한 자원, 좁은 영토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악조건에서도 고학력 열기에 따른 고학력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정부의 수출위주 및 교역확대 정책에 힘입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마련한 나라다. 비록 그러한 경제성장 원동력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 국가들과 교역은 어쩔 수 없이 당면한 현실이다. 더구나 세계 최저의 출산율,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현상과 같은 뜻밖의 악재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더 이상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번 FTA는 동북아시아의 거점으로 한국이 결정되고 두 나라간의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등 큰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국이고 두 번째 투자국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하여 자국 사업자들에게 더욱 많은 사업 활동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리적인 양국 교역을 시도할 것이고,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도 한국 거점을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성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 경제·정치·사회 및 문화 전반을 고려한 추진전략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하루빨리 이번 FTA 체결에서 더욱 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한미 FTA가 공식 발효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는 없으나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협상 타결에 따른 산적한 문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근본 자체를 부정하거나 불필요한 소모적 논란은 국익차원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이저가 고민 끝에 루비콘 강을 건너고 외쳤듯이 우리 주사위도 이미 던져진 것이다.
◆최수만 한국전파진흥원장 ceo@kor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