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제물 수입국 오명 언제까지

 얼마 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문화콘텐츠 분야의 가장 강도 높은 합의는 불법복제물에 대한 근절 노력과 실천이었다. 국가 간 FTA가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듯 국민이 생활 속에서 그 규범과 합의 내용을 잘 실천하지 않으면 국가 간 약속도 휴지 조각처럼 쓸모없는 것이 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시중에 게임기 닌텐도용 불법복제 구동 카드가 급속히 유포되면서 국내 게임시장을 심각하게 교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본격적인 FTA 시대 개막과는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사건이다. 더구나 그 복제타이틀 구동 카드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한국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이르게 되면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정품타이틀 2∼3개를 살 가격으로 복제 구동 카드를 사고, 인터넷에서 공짜로 수백개의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것을 마치 신기술을 발견한 양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무서운 일은 이 같은 불법복제물 창궐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것을 즐기는 이용문화는 결국 그 나라 게임산업을 병들게 하는 1차적 병원균이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창작 의지를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창작물에서 발생한 각종 부가가치로 연관 산업에 투자하고 다음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여지 자체를 가로막는 일이다. 한발 더 나아가 FTA 시대에 이는 국가 간 저작권 분쟁과 통상 문제로 불거질 소지를 안은, 그야말로 ‘시한폭탄’과 같은 사안이다.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불법복제 구동으로 홍역을 앓았던 소니가 이번 사태를 맞은 닌텐도와 함께 한국 정부와 이용자를 모두 ‘범죄자’로 규정해 정조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일본이 자국의 자존심이라고까지 치켜세우는 기업인 소니나 닌텐도가 일본 정부와 연합해 한국을 압박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입지는 너무나 좁아진다.

 불법복제 제작자나 유통업체에 소니나 닌텐도는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한국시장에서도 얄미울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성으로 돈을 벌어가는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질서 자체를 뒤집는 불법복제물 제작과 이용, 유통은 결국 우리나라의 우량 게임에서도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않았던가.

  이진호기자·콘텐츠팀@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