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면 왼쪽에 정부중앙청사, 오른쪽에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건물이 있습니다. 정부중앙청사에는 국무총리 집무실과 국무조정실, 법제처, 행정자치부, 외교통상부 등 주로 정치나 국가 행정 사무를 보는 정무 부처들이 입주해 있죠.
이 가운데 몇몇 부처를 드나들다 보니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각 부처 공무원들이 회식을 할 때 웬만해서는 세종로 건너편으로 넘어가지 않는 겁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책상 위에 금 그어 놓고 넘어오지 말라며 짝꿍에게 눈을 흘기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근무처를 세종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긴 공무원들과 식사라도 함께하게 되면 열에 여덟이 친정(?) 부근 식당으로 건너갈 정도죠.
확실히, 세종로 왼쪽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오른쪽으로 건너가는 비율이 낮습니다. 업무 특성상 건너갈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옛날부터 이어지는 ‘정무 부처’로서의 자존심 같은 게 살아 있답니다.
반대로 문화부·정통부 공무원들은 업무상 국조실·법제처·행자부 등에 제 집 드나들듯 합니다. 정무 부처에 ‘아쉬운 소리’를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인 탓인지 개인적인 만남이나 회식이라도 할 때에는 중앙청사 쪽으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편입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세종로 중앙에 ‘광화문 광장’을 꾸밀 예정이라지요. 기왕 조성할거라면 광장 한가운데에 공무원들 살풀이 마당이라도 하나 만드는 게 어떨까요.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