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장 유행했던 용어는 ‘블루오션’이었다. 너도나도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떠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후 2년,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블루오션을 찾았을까. 블루오션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힌 태양의 서커스가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
서커스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호랑이 같은 동물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링을 뛰어넘는다든지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사람이 공중 그네를 타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동춘서커스나 중국 기예단서커스 등이 대부분 그런 형태다. 사람들은 이제 그런 서커스를 보는 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관객은 줄어들어 사양산업이 됐다.
최근 내한한 태양의 서커스 ‘퀴담’은 이런 전형적인 틀을 깨고 블루오션을 창출한 기업이다. 이 서커스는 반짝이 옷을 입은 기예단이나 피에로,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공연은 서커스라기보다는 뮤지컬이나 한 편의 예술품 같다.
기존 서커스의 틀을 깨고 서커스에 음악과 줄거리, 예술적인 의상과 몸짓을 넣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들도 공중에 줄을 매달아 하는 아슬아슬한 공연을 펼쳤지만 내용이 달랐다. 그네를 이리저리 오가며 기예를 뽐내던 것과 달리 공중에 매달린 붉은색 천에 의지한 채 태초의 인간이 고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서커스에서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이런 새로운 시도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전 세계 5000만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사양산업 서커스의 새로운 부활이었다. 그들의 공중 그네 기술은 중국 기예단보다 떨어졌지만 그들의 표현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내 많은 SW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SW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중국 기예단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들은 이제 그런 공연엔 흥미가 없다. 서커스의 블루오션을 창출한 태양의 서커스처럼 SW기업도 고객 중심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수없이 쏟아지는 공급자 위주의 어려운 SW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SW개발과 철저한 품질관리, 편리한 서비스 모델이 레드오션에서 탈출하는 비법이 아닐까.
김인순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