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U를 중심으로 중국·미국 등 각국에서 자국의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국가 간 무역거래에서 환경규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유럽연합(EU)이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RoHS)을 시행해왔고, 오는 6월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REACH)도 시작된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3월에는 중국 RoHS가 시행됐으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이 관련 법규와 표준 시험방법을 잘 모르고 있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무역상 큰 피해가 우려된다.
EU RoHS 관련 국제표준규격 제정이 의견 차이로 지연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먼저 전자정보제품 오염방지관리법과 법 시행을 위한 국가표준 3종을 제정·공포한 것은 세계 시장 선점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내용을 보면 매우 구체적이며 예외 규정이 없고 중국 내 시험검사기관에서만 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EU RoHS보다 한층 더 강화된 느낌을 준다.
중국 RoHS의 핵심은 3월부터 전자정보 제품으로 구분되는 11개 분야의 1400여 완제품 및 부품에 6대 유해물질(납·수은·카드뮴·6가크로뮴·브롬계 난연제 2종류)에 대한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생산자의 자기적합성선언을 시행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CCC와 같은 강제인증이 필요한 중점관리 품목이 선정되고 시험기관도 18개에서 26개 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므로 전기전자 제품이 전체 수출액의 약 37%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의 국가표준 3종이 주는 내용적 의미는 그동안 EU RoHS에 주안점을 두어 국내외 표준에 따라 대응을 준비한 중소기업에 또다시 중국표준에 대응해야 하는 추가 부담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일부 국내 시험기관이 중국 현지에 진출은 했으나 중국 정부의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민간 시험분석 기관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강제인증제도 관리 규정에 근거해 가정용 전기제품, 정보기술장비 등 22개 분야 159개 품목에 대해 CCC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RoHS 시행에 따라 그 품목 수는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된다.
LCD·PDP 등 기술적 우위에 있는 10여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빠르게 세계시장에서 우리를 추격하고 있으므로 곧 불리한 상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국내 기업은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RoHS 시행이 우리기업에 주는 의미와 영향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전자정보 제품의 유해물질 정보 파악이다. 완제품이나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유해물질 정보가 부족하게 되면 중국 검사기관의 일방적 시험결과에 따라 수출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는 중점관리 대상 품목을 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품목 수를 확대해 중국기업을 보호하자는 목적인 점이다. 중국기업이 기술 개선으로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면 해당제품을 강제인증 중점관리 목록에 추가함으로써 외국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여겨지므로 우리 기업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중국 정부의 RoHS 시행은 자국의 산업보호가 주목적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환경인식이 높아지고 규제대상 품목이 확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 유지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기업 스스로가 기술개발을 통한 신가치 창출을 위해 능동적으로 접근해 국내 브랜드의 기술장벽화, 제품차별화를 달성함으로써 한 단계 더 앞서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위기가 곧 기회로 다가와 우리나라가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다.
◆최형기 기술표준원 표준기술지원부장 hyeongki@moc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