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직후 취약한 국내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대외경제조정회의에서 FTA 추진을 결정한 지 벌써 10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 당시로서는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였던 FTA가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화’의 물결을 타고 이제는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 같다.
특히 지난해 2월 시작된 한미 FTA는 여덟 차례에 걸친 공식협상과 숱한 사회적 갈등과 진통 속에서 일반 국민 및 이해 당사자의 수많은 우려와 기대를 모으며 향후 대한민국의 흥망을 결정짓는 국가적 대사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논의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돼 온만큼 찬반 진영 모두 탄탄한 논리적 근거와 실증 자료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미 ‘글로벌화’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과 쇄국이 국가의 안정적 미래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아픈 과거를 돌아본다면 이제는 원초적인 찬반 논쟁보다는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 FTA 협상에서 가장 개방된 분야 중 하나인 IT는 협상을 통해 IT 상품의 관세철폐, 외국인 지분제한 유지, 기술표준 정책권한 확보 등의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IT분야는 미국의 기술력이 높은 분야인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FTA 체제와 시장개방에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IT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높은 서비스 보급률과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당장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IT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42%)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 경제의 흐름이 전통적인 실존경제에 대한 의존율이 낮아지고 IT·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이 중요시 되는 사이버경제로 전환되고 있어 이미 지난 93년부터 사이버경제 활성화를 독려하고 준비해온 미국은 FTA 파트너로서 쉽지 않은 상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IT분야는 한미 FTA에서 논의된 어떤 분야보다 많은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리보다 R&D 투자규모가 월등하고 저작권 개념이 명확한 미국과 교역함으로써 국내에서 해적판의 유통과 낮은 수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중국·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TV·LCD모니터 등의 분야에서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산 부품의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품의 원가 하락 및 미국시장에서의 가격우위를 확보, 우리 IT 수출기업의 대미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FTA 체결만으로는 우리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도 많은 FTA가 체결되고 발효 중이지만 단지 FTA 체결만으로 발전했다는 나라의 사례는 아직 없다. 진정으로 우리가 FTA의 효과를 영위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자칫 FTA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안주하거나, 소모적인 논쟁에 국력을 소모해 버린다면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게 될 지도 모른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절대 그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 당국 및 국민들의 현명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song@ni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