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의 ‘변신’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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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곳.’

 미국에서 방영 중인 e베이의 TV광고 카피다. 소비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이 문구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사이트 e베이의 막강한 영향력을 함축하고 있다.

 최근 e베이는 통신서비스에서부터 소셜네트워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규사업에 진출하며 종합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주력사업인 온라인 경매는 성장세가 둔화, 투자자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e베이의 이상징후는 단순한 ‘성장통’일까, 아니면 무리한 영역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의 전조일까.

◇매출·순익 증가에도 증권가 외면=e베이는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1년전 보다 52% 상승한 3억7700만달러의 순익을 거뒀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매출도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5억달러나 뛰어넘는 17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 e베이의 주가는 3.6% 하락했고 그 이튿날에도 1%를 되찾는데 그쳤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e베이의 핵심사업인 온라인 경매 서비스의 부진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e베이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경매사업은 1분기 1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지만 지금까지 e베이가 기록해온 40% 성장률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다. e베이 이용자 증가율도 지난해 1분기 25%의 절반이 안되는 10%에 머물렀다. 결국 돈을 벌었지만 투자자들의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시장분석 업체 칸토 피츠제랄드의 데렉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e베이의 주력사업인 경매 서비스가 지난 몇년 간 꾸준히 하향세로 접어들며 회복할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베이의 긴꼬리(롱테일), 힘을 얻다=경매 서비스와는 반대로 나머지 사업은 상승가도를 달리는 추세다. 80%의 기타사업이 20%인 주력사업의 매출을 능가한다는 롱테일법칙이 e베이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 전자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은 1분기에 4억3900만달러 매출을 올렸으며 이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 온라인 거래규모는 무려 114억달러에 이른다. 물론 e베이 옥션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이 가운데 44억달러는 e베이 외의 다른 사이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페이팔이 경매에 이어 e베이의 차세대 주력사업이 될 전망이다.

 2005년 인수한 스카이프도 올해 처음 흑자로 돌아서 1분기에만 79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효자가 됐다. 스카이프 가입자는 2억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분기 신규 가입자만 1억100만명에 달한다. 온라인 광고사업과 여타 소규모 인터넷 서비스도 65% 신장해 6000만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아메리칸 테크놀로지 리서치의 팀 보이 애널리스트는 “e베이는 단순한 경매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전자상거래 업체인 동시에 온라인 광고회사로서 각 사업이 긴밀하게 엮여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며 e베이의 향후 전망에 후한 점수를 줬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