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1년 카렐 차페크의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희극에서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로봇은 자신과 외부의 상태를 센싱(perception)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 지능(cognition)과 이 지능이 결정하는 운동 기능(action)을 갖추고 반복 작업을 주로 수행해 왔다. 즉 로봇은 본래부터 사용환경과 작업능력에 따라서 각각 필요한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과 능력에 따라서 일정 정도의 지능을 발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고도화된 능력의 로봇이 요구되고 있다. 공장에서는 단순 반복 작업을 벗어나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작업 능력이 요구된다. 집·사무실·병원 등과 같은 거주 공간에서는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인간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관로, 고압선로, 화재지역, 마이크로 나노 월드 등과 같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는 높은 수준의 환경인식능력과 작업수행능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기존 로봇보다 지능 레벨이 높은 첨단 로봇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지능형 로봇인데 기존의 로봇보다 향상된 지능을 가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발전으로 디지털 퓨전(Digital Fusion)을 들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컴퓨터를 중심으로 발전한 IT가 로봇에 접목되는 것이다. 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디스플레이, 2차전지, 유무선 통신, 콘텐츠 등의 IT관련 기술이 모터, 감속기, 인코더, 다양한 센서 등의 메카트로닉기술과 결합·융합되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마무리는 로봇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로봇이 마치 PC와 같은 모듈화된 제품으로 발전하고 분업화된 산업구조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20∼30년 뒤 생물학 기술과의 융합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이 디지털 퓨전이 로봇기술의 중심이 될 것이다.
기술의 퓨전과 동시에 다양한 산업이 로봇을 중심으로 모이고 발전하게 된다는 ‘로봇 컨버전스’도 시작되고 있다. 향후 20년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화의 대상이 되어 모든 산업에서 로봇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청소기나 농기계, 자동차나 헬스 운동기구가 로봇화된다. 국방에서도 군사로봇이 적용된다.
그러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과 같은 기능과 성능을 갖춘 로봇의 등장이다. 기업은 로봇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상품으로 로봇을 판매하고, 로봇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24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은 한 명의 노동자보다 훨씬 큰 생산력과 영향력을 가진다. 고령자와 장애우의 부족한 부분은 로봇이 채울 수 있다. 국가 전체 생산력은 노동인구와 생산에 적용되는 로봇수량의 합이 될 것이다. 로봇 생산에 사용되는 수많은 부품산업이 육성될 것이며 로봇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제품과 서비스는 또 다른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이처럼 로봇 생산대수와 사용대수는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군사력도 병사의 수와 첨단 무기인 로봇의 수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다. 이렇게 지능형로봇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3년 8월, 정부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중의 하나로 지능형로봇산업을 선정했고, 그후 로봇산업은 산·학·연 공동체의 종합적인 연구개발을 통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 규모로 발전할 것이며, 산업과 우리 삶에 미치는 변화는 자동차산업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이나 일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BT·NT와 같은 미래산업도 로봇산업이 강한 곳에서만 제대로 주도할 수 있다. 바이오·나노산업이 요구하는 정도의 정밀도는 초정밀 로봇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측정 및 생산장비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능형로봇산업. 그저 잘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절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혁동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 atom@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