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윤미나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만8000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핵심 코드를 공개한다면 어떨까? 코카콜라가 콜라 제조 비법을 공개하고, 소니 BMG가 음악저작권의 무료 사용을 허락한다면….”
지금까지 경제 패러다임은 몇몇 사람, 기업, 국가가 상품을 만들고 정책을 결정하며 고급 지식을 소유하는 이른바 이코노믹스(Economics) 세계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꼭 이 원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TV뉴스의 기사거리를 창출하고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리믹스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질병치료제를 개발하고 교과서를 편집하고 화장품을 개발하고 수많은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수 천명 아니 수 백만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다.
200년 역사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정보량을 5년 역사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훌쩍 뛰어넘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뛰어난 소수가 만드는 이코노믹스의 시대는 가고 보통 사람들의 집단적인 능력과 천재성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코노믹스 세계의 원리가 소유와 권리였다면 위키노믹스 세계의 대표적인 원리는 개방과 공유이다. 정보와 기술, 계획을 손 안에만 꼭꼭 쥐고 누가 알까 조심하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내 회의실에서 끙끙대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던 전통적인 협업은 기업의 성공과 혁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세상 사람들 모두를 비즈니스 웹으로 끌어들여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차세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는 대규모 협업을 도모한다. 이들은 사내 혁신만으로는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과 회사밖에 더 훌륭한 아이디어와 인재, 방법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고 대규모 협업을 통해 성장과 혁신을 지속한다.
GE, IBM, 위키피디아,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인텔, 아마존, 제록스, 리눅스, BBC, 베스트바이 등의 글로벌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미 ‘대규모 협업’을 선택했으며 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비단 비즈니스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주 교육부는 ‘캘리포니아 교과서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10학년 역사 수업에 사용할 세계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나 IBM 같은 첨단 기술 기업들과 MIT 등 유수의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시장 선도적인 기업과 조직은 새 경제 패러다임인 위키노믹스에 맞게 수평적이고 자체 조직적인 위키 일터(wiki workplace)를 창조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생산 시설의 무대로 본다. 그들에게 사공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자원이며 경쟁력이다.
이 책은 기업과 고객 사이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관계를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안내서다. 비즈니스 변화를 주도하는 데 관심이 있는 재계와 학계, 정부지도자뿐 아니라 경영·사업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힘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