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 장악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물러날 수 없는 자존심을 건 격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히 세계적인 디지털 전쟁의 전주곡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합작 투자로 1조8000억원을 출자, 52인치 대형 LCD TV 패널을 월 30만장(52인치 기준) 생산할 수 있는 8세대 라인을 올 8월에 양산 가동하게 됐다. 늦어도 내년 8월에는 이미 지난해 4월 가동된 샤프의 8라인을 생산량에서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으로서는 2006년 7-1라인 7-2라인에 이어 8-1라인마저 가동을 눈앞에 두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그동안 부진했던 LCD 분야 영업이익을 1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던 LG필립스LCD도 P7 파주공장 생산량을 42·47인치 LCD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월 7만8000장(1950×2250)에서 11만장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42인치의 세계 수요가 연평균 79% 신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샤프는 2000억엔을 투자해 LCD 생산 연 900만장 목표 신규 라인인 미에현 가메야마 공장 증설 가동을 당초보다 2개월 앞당겨 1월에 개시함으로써 지난해 8월부터 가동 중인 8세대 라인의 목표치를 상향 조정, 지난해 3만장(유리기판 투입 기준)에서 올 연말께 9만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LCD의 경쟁적인 사업 확장에 뒤질세라 마쓰시타도 공격의 칼을 빼들었다. 오는 7월 건설에 착수해 2008년 7월 가동 예정으로 아마가사키현에 제3 PDP 공장을 2800억엔을 투자해 연 100만장의 PDP(월 80만장) 라인을 증설함으로써 1·2 공장 총 1850만장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PDP 지존의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바라키현의 노후 공장은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이 같은 50인치 시장에서의 LCD·PDP 간의 싸움은 한국·일본에서 그치지 않을 듯하다. 대만 AUO도 LCD 8세대 이상 투자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7세대 투자에서 삼성과 LG필립스LCD에 한발 늦게 대응함으로써 40인치 시장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뼈아픈 교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SDI도 올 5월부터 50인치 PDP 패널 216만장을 생산할 예정이며 LG전자도 기존 PDP 라인으로 PDP 250만장, LG필립스LCD 패널로 LCD 800만장, 도합 1050만장 생산으로 시장 점유률 1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2인치 이상은 LCD TV로, 42인치와 50인치, 60인치에는 PDP 와 풀HD 라인업을 확대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그동안 40인치 이하대 시장에서는 PDP가 LCD에 크게 밀려 마쓰시타를 제외한 LG전자 A3-3, 삼성SDI, 히타치 라인 증설 등이 전면 보류되고 있으나 앞으로의 50인치 이상 평면 디스풀레이에서는 서로 경쟁해볼 만한 승산이 있는 것으로 세계적인 IT 관련 조사기관이 점치고 있다.
일전불퇴의 한일 간 디지털전쟁에 임하면서 우리나라의 사정을 보면 IT산업은 때깔은 좋으나 수출의 35%, GDP의 30%를 차지하는 성장세 높은 주력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부품 소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성장 견인 효과가 낮고 고용과 소득 창출 능력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도 떨어져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호두 까는 기계) 속의 호두 신세로 전락했다.
결론적으로 치열한 적자생존의 디지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IT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IT 부품소재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책 수립, 원천기술 개발의 인센티브제 대폭 확대 실시, IT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전 산업의 IT의 의무적인 활용 권장 그리고 지금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IT산업을 저해하는 수많은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향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과제다.
◆이광수 경원대 겸임교수 0ksle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