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구원 성과 평가시스템 투명해야

 우수 인력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를 해소해 보겠다고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우수 인력 이공계 기피 현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과학기술 분야 대신 의료나 법률 쪽을 택하는 것은 이들 분야에 종사해야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명문 이공계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이 “이공계쪽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의대로 전향하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의 이공계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과기 분야를 외면하는 우수 인재들을 끌어오는 지름길은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높은 수준의 연봉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겠지만 유인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기초·공공·산업기술의 3개 연구회 소속 19개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연봉을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억대 연봉을 받는 출연연 연구원은 420명 정도로 총 연구원의 0.5% 정도다. 이를 올해 안에 1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원래 정부 각 부처 산하에 있던 출연연구기관은 지난 1999년 2월 국무총리 산하 연합 이사회 소속으로 바뀌면서 연봉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억대 연봉을 받는 연구원은 2002년 20명에서 2003년 63명으로 늘어났으며, 출연연이 과기부 소속으로 전환한 2004년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직 억대 연봉자는 500명이 채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기부는 연구생산성을 높이고 우수 인재의 이직을 막기 위해 확실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게 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연내 억대 연봉자를 10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작년에 연봉 ‘9000만∼1억원 미만’을 받은 출연연 연구원 수가 700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를 1000명으로 늘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이를 위해 과기부는 능률성과급 지급 차등폭을 지난해 평균 41%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규정을 개정해 과제 인센티브의 50% 이상을 참여 연구원에게 보상할 방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기부는 우수 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 등에서 시행 중인 연구자 보상체계를 전 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능력에 따른 합리적 보상 체계가 마련, 전 과기 분야에 정착됐으면 한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해법은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필수적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한 가지 노파심에서 얘기한다면 억대 연봉을 받는 출연연 연구원 수가 늘더라도 평가보상 시스템은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행여 투명하지 않은 평가시스템으로 무능력한 억대 연봉자만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