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문화

게임의 일반적인 정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은 일정한 규칙 아래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활동으로서 생산활동이 아닌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일정한 규칙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로제 카이와가 일찍이 갈파했듯이, 게임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향한 원초적인 열망과 이유 없는 어려움을 추구하는 취향이 결합해 문명화를 이루는 위대한 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여러 놀이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컴퓨터 게임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지 않을까 하는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게임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현상이 출현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그러한 문화현상이 우리 아이들을 망치지 않을까 항상 염려해 왔다. 새로운 문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우려라는 통과의례를 당연히 거쳐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성세대가 새로운 문화에 공포를 가지는 것은 흡사 가면극이 그러하듯이 실질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가면 속의 배우가 우리와 동일한 사람이듯이 새로운 문화 역시 과거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창조적으로 발전해가는 것이고, 컴퓨터 게임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인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자신이 게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뒷골목의 불량 청소년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던 비보잉이 세계를 이끄는 한류가 되고,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팬클럽 회원 수가 영화배우 배용준의 팬클럽 회원 수를 몇 배나 능가하는 세상이다.

 사진이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믿었던 시대도 있었고, 만화나 영화가 모두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유해한 것이라고만 믿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어릴 때 부모 몰래 만화와 영화를 즐기던 그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만화와 영화를 즐기고 아이들에게 좋은 만화, 좋은 영화를 권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우리 사회가 게임에 대응하는 방식은 참으로 낡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들이 알지 못하므로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접근 금지를 명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게임에 열광하는지, 게임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부모가 같이 게임을 하면서 알아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정보에 대한 부모들의 접근권은 거의 무한대로 보장돼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를 알 권리와 의무가 있고 실제로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해 간다.

 아이들이 게임 속에 펼쳐진 사이버 세상에서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를 아는 것 또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말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외로, 놀이공원으로 나들이할 계획을 가진 부모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같이 나들이를 하기 어렵다면 아이들과 같이 게임 속 세상을 탐험해 보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거기에도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바다가 있으며 사람 사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한번 느껴 보면 좋겠다.

◆이헌욱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hunuk@lawt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