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廻)란 과연 있는 것인가? 어려서 생명을 함부로 다루면 나중에 동물로 태어난다고 들었다. 전생에 원수지간이덨던 사람들이 현생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 거라고도 했다. 나의 전생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윤회를 믿지 않게됐다.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적 지식과 사고 덕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윤회를 생각하게 됐다. 정(正)이 있으면 반드시 반(反)이 있고 결국엔 합에 이른다는 헤겔의 변증법에서다. 교과서가 부정하던 윤회 사상이 서양에도 있음을 알아챘다.
세상은 정반합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진화해왔다는 사실도 배웠다. 계절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경제도 호황과 불황 싸이클이 반복된다. 나의 전생과 현생만이 윤회는 아니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 다시 아들을 둔 것도 일종의 윤회다.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로 이어지는 이 세상도 바로 윤회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가상공간인 세컨드라이프 때문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델이 입점을 했니, 삼성도 뒤따라 점포를 개설했느니 하며 야단이다. 심지어 신문·방송들도 세컨드라이프에서 신문을 찍어내고 방송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뿐 아니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 열풍이 휘몰아쳤었다. 게임은 이제 현실에서보다 온라인에서 더 뜨겁다. 미국에서는 위키디피아와 유튜브가 사이버 백과사전, UCC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만 하더라도 5년전 한국의 다다월드가 꿈꾸었던 사이버 세상이다. 당시에도 삼성전자가 입점키로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거품이 꺼지면서 무대에서 사라졌었다. 다다월드가 전생이라면 세컨드라이프는 현생이다. 현생이 전생과 다른 점은 훨씬 더 현실감이 있고 갈채를 받는다는 점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다시 차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윤회에서 벗어나려 한다. 해탈을 통해 영원을 누리고 싶어한다. 우리는 지금 해탈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영원을 찾으려 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은 인터넷을 지배해 온 야후를 밀어내고 패자가 됐다. 유투브가 제2의 구글로 부상하려 하자 인수합병으로 합체시켜버렸다. 세컨드라이프는 윤회를 벗어나려는 또다른 시도다. 기업과 사람이 인수합병과 가상현실로 영원해질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혹시 또 다른 윤회가 아닐런지 모르겠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