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자상거래와 한·미 FTA

[ET단상]전자상거래와 한·미 FTA

우리 국민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극복 과정을 통해 수출과 세계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2002년 중반까지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한 세계 조류에서 밀려난 ‘외톨이’로 남아 있게 되자 정부 내에서는 물론이고 기업과 학계, 언론계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고 새로운 경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FTA를 적극 추진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여러 나라와 동시 다발적인 협상에 나섰다.

 정부의 노력은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얼마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도 이끌어냈다. 이는 우리 산업이 시장개방을 통한 무한 경쟁의 무대에 오르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를 계기로 우리 경제도 많은 변화와 혁신이 기대된다. 특히 이번 한미 FTA 협정 내용 중 전자상거래 분야는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된 부분인데도 다른 분야에 비해 국민이 아직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점이 아쉬워 지면을 빌려 이를 알려 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디지털콘텐츠를 무관세로 교역하기로 했으며 이에 대해 비차별 대우를 부여하기로 하는 등 디지털콘텐츠 거래의 활성화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자유화를 통한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등은 내국민 대우의 예외로 지정해 디지털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의 합법적 지속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둘째, 양국 소비자보호기관은 전자거래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으며 거래 당사자들이 전자인증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전자금융거래 등 기술적인 안전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당사국이 공인전자서명 등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또 전자무역 활성화와 전자 무역행정문서의 법적 효력을 종이문서와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셋째, 우려가 컸던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방송 등 시청각 서비스는 공공성 및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의무(비차별 대우 및 무관세)에서 배제하기로 했고, 서비스의 디지털화된 콘텐츠는 서비스/투자 개방안(유보안)에서 개방하지 않으면 전자상거래 장(章)을 통해 개방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시청각서비스 우회 개방의 국내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 밖에 미국 측 요구 사항 수용으로 인한 국내법 개정을 국내 일부에서 염려했지만 디지털 제품 교역에서의 관세 평가방식이 우리 측이 주장한 실거래가 방식으로 타결되는 등 관련 국내법 개정은 불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번 협상은 국내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와 더불어 더 많은 기회를 우리 산업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타결됐다고 할 것이다.

 이번 협정으로 양국 간 디지털 제품의 자유 교역이 가속화되고 우리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보다 확대된 시장과 경쟁에 노출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자유무역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에 맞서야 할 것이다. 시장 확대와 경쟁 강화는 분명 우리 관련 산업에 희망과 활력을 안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도모할 것인지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상품 전반에서의 관세 철폐 및 인하로 인해 양국 간 전자상거래 교역의 성장이 증대될 것인 바, 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 기반 위에서 우리 디지털콘텐츠 산업과 전자상거래 산업은 분명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 FTA는 분명 커다란 기회다. 다만 이 분야가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 디지털콘텐츠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이를 명심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거대한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사업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영수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yshan@ki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