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컨버전스 인재 양성에 발벗고 나서야

 서대식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장·연세대 교수>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 박사는 한 월간지와의 대담에서 한국이 미래의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전자의 최고기술담당(CTO) 이희국 사장 역시 미래 사회는 컨버전스 기술이 지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이란 무엇일까. 컨버전스란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진 것을 뜻한다. 그리고 기술이나 성능이 단순히 합쳐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카메라폰이 그 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 카메라와 전화 기능을 수행하는 휴대폰이 별도의 기기로 나와 있었지만 지금은 카메라폰 하나로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기능만 합쳐진 것이 아니라 방금 찍은 사진을 바로 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새로운 문화까지 창출했다. 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손톱에 부착하는 시계, 다양한 기능의 첨단 의류, 혈액검사를 통해 암 등 질병과 관련된 성분을 실시간으로 검사해 바로 병원에 데이터를 전송, 분석하는 질병 진단센터와 같은 나노 바이오센서를 비롯해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 광센서 등은 모두 IT와 NT 그리고 BT의 컨버전스 기술의 결실이라 하겠다.

 이제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에 대한 연구는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왔다. 이러한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의 중요성에 비해 교육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관심사는 멀리 보고 앞서가는 반면에 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대에 맞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은 이미 정보화 시대를 지나 융합 기술의 시대로 진입하는데 학교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교육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 체제는 산업계와의 괴리는 물론이고 학생들로부터도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교육계의 난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다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 그리고 본인과 같은 교육자가 솔선수범해 연구 분야의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모두 힘을 합쳐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최근 국가지정 연구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부에서 주최한 과학 행사는 일반인에게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과학기술부는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국내 최고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행사를 매주 금요일 개최, 일반인도 더욱 친숙하게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은 실생활에 어떻게 과학이 적용되는지, 또한 과학기술 분야에도 컨버전스가 어떻게 접목되지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과학기술 혁신 뉴스에서 발표한 앞서가는 과학기술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유년에서 노후까지’라는 창조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아주 바람직하다. 디지털 컨버전스 인재는 결국 과학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회는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니만큼 학회에서 발표된 우수한 논문들은 지속적으로 교육기관에 피드백돼 학생들이 정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산업계는 학회에서 발표된 아이디어를 실제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산·학·연이 하나가 되도록 공학계열의 기술정보 교류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소니의 창업자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변화를 예측하는 것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앞서가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다. 디지털 커버전스 인재는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투자기 때문이다.

dsseo@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