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무선시대에 살면서 느끼는 단상

 양승인 <숭실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유선전화를 가정 집에 놓기가 매우 비싸 우리 집은 물론이고 웬만한 집에는 유선전화가 거의 없어 공중전화에만 매달려야 했던 시절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지금은 비어있는 공중전화기 바로 옆에서도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하기 전인 1991년에 논문발표 때문에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한 적이 있다. 당시 홍콩의 비즈니스맨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들고 다녔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것이라 신기할 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가 4100만명이 넘었다니 엄청난 변화를 느낀다.

 이동통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전파를 사용하는 무선 시대에 살고 있는데, 만약 우리 눈에 주위에서 날아다니는 전파가 보인다면 얼마나 어지러울까. 아마 걷지도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우리 눈에 전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전파는 전장과 자장으로 이루어졌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남자 여자가 태어나 결혼 전까지는 서로 별개로 지냈지만, 결혼 후에는 같이 알콩달콩 살면서 딸 아들을 낳아 기르게 된다. 비슷하게도 전장과 자장이 시간에 대해 변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존재지만, 시간에 따라 변할 때는 서로 작용하여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새로운 전장과 자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장과 자장처럼 누구나가 이혼 없는 즐거운 가정생활을 했으면 바람도 이 기회에 가져 본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커피를 먹으면 밤에 잠을 못 이루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카페인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 있듯이 전파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무선통신이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이 시대에 살아가기에 매우 어려울 것이다.

 강의할 때 프로젝터를 사용하는데 시작 전후에 전원 및 데이터 케이블을 연결했다가 빼는 일이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찾아 보니 데이터는 무선으로 연결하는 무선 프로젝터가 이미 나와 있었다. 문제는 전원 케이블마저 없앨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전원 문제도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진정한 무선(모든 선이 없어지는)이 되는 것이 아닐까?

 혹시 노트북PC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내부에서 생기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소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일부나마 내부 발전을 이용한다면 배터리 사용을 조금 더 오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06년 11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발표장에서 미국 MIT 물리학과 조교수인 마린 솔야치크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정 주파수에서 공진 상태로 작동하면서 전력을 공간에 흩어지지 않게 모아두는 비방사형 전력송신기를 방 안에 하나 설치하면 전자파 형태로 전력 에너지가 방 안에 존재하게 된다.

 같은 주파수로 공진하는 수신기만이 이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해 이를 전원으로 사용하며, 흡수되지 않은 에너지는 송신기로 다시 흡수되도록 작동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현존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나 아직은 이론적 계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결과고 제품으로 제작 실험된 것은 아니다.

 이 방법이 실현된다면 발표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청소용 로봇을 비롯한 가전제품에 널리 사용돼 획기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루빨리 이런 날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siya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