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우리나라에서 ‘제14회 세계 아마추어 전파방향탐지(ARDF)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50여 국에서 500명 이상이 참가할 전망이랍니다. 이 대회는 반경 4∼7㎞ 안 5곳에 전파발신기를 숨겨놓은 뒤 누가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지를 겨루는 게임이죠. 어린 시절 소풍가서 하던 ‘보물찾기’하고 비슷하답니다.
그런데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최소 국가기술자격증인 ‘제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전화급) 이상이어야 합니다. ‘전화급’이란, 말(음성)로 통신한다는 뜻이지요.기술자격검정(시험)은 전파법규,통신보안,무선설비취급방법 등 3과목에 50문제씩을 풀어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점을 얻어야 하죠. 물론 국가기술자격이네, 전파법규네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아마추어 무선기사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만 더 신경쓰면 될 정도”라고 말하더군요.
자격증 관련 업무를 하는 곳이 한국전파진흥원인데, 최근 이 기관의 최수만 원장이 제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첫시험에서 1문제 차이로 낙방한 뒤 재수하느라 두 번씩이나 시험을 봤음에도 원장이 시험을 본 사실을 직원들조차 몰랐더군요. 내년 세계 전파탐지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땄답니다.
직원 몰래 시험을 치르는 기관장이나, 기관장을 과감하게 낙방시키는 검정체계나 모두 대∼단합니다. 우리나라 전파진흥 체계가 좀더 튼튼해지고, 우리 사회구조가 좀더 투명해지는 느낌이네요.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