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지난 3일부터 3세대 이동전화의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체를 논의할 전담반을 가동하면서 USIM 개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르면 보조금 규제를 일몰하는 내년 4월께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USIM을 개방하면 이동전화 시장의 비즈니스모델이 변하는 것은 물론 오픈마켓의 등장, 단말/콘텐츠/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벨류 체인)까지 달라진다. 사업자 간 역학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한마디로 통신시장 구도 변화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3회에 걸쳐 우리나라에 맞는 SIM카드 규제 모델을 비롯, 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 등을 점검해본다.
USIM 개방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잠금기능을 해제하느냐. 보조금 규제가 일몰하는 내년 4월이 유력하다. 하지만 시장에 미칠 변수가 많은 만큼 규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복잡하다. 2세대까지 동기식 CDMA를 선택한 우리 시장구조를 감안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형 USIM 규제 모델’을 찾는게 관건이다.
◇초기 일정 기간 지나야 해제 대세=2세대부터 SIM카드를 도입한 유럽이나 미국의 사업자들도 대부분 잠금기능을 활용 중이다. 의무 이용기간을 설정해 해당 기간 동안 휴대폰을 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보조금과 보안 등의 이유로 SIM카드 이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회선만 판매 △휴대전화와 회선 패키지 판매 △휴대전화와 선불SIM 패키지 판매 △휴대전화와 SIM카드 별도 판매 등 4가지 판매 유형 중 회선만 판매하는 모델을 제외하고 나머지 유형에는 SIM 이동제한을 거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와 유통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2001년 10월 NTT도코모가 ‘포마(FOMA) 카드’란 브랜드로 USIM을 도입한 후 단말 1대 혹은 계약한 이통사의 휴대폰에서만 SIM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다.
USIM 이동제한은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소지가 높고 이통사 간 경쟁을 제한하는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이때문에 각국 정부는 SIM 이동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운영 중이다. 프랑스는 단말 보조금 등 이통사가 최소한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6개월만 SIM 이동제한을 허용했다. 덴마크도 구매 6개월이 지난 후에도 SIM 이동제한을 걸어놓는 것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최대 18개월 동안 SIM 제한을 허용하지만 9개월 후 사용자가 원하면 SIM을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도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SIM 개방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사업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나 최근 SIM 잠금장치 해제가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등장, 개방 논의가 무르익었다. 영국은 98년 SIM 잠금장치 제한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2002년 철회하는 등 국가별도 규제 방식도 상이하다.
◇국내에선 단계적 도입이 유력시=2세대에서 동기식 CDMA를 선택한 우리나라의 단말기 유통구조는 이통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통사가 휴대폰을 구매한 후 보조금을 붙여 판매하는 등 영향력이 사업자에 집중되는 구조다. WCDMA에서 USIM을 개방하면 유통이나 비즈니스 모델 변화 등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일시에 SIM 제한을 원천적으로 막는 규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USIM 개방은 단계적으로 도입될 개연성이 높다. 먼저 사업자 내부에서 개방한 후 타 사업자 간 이동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유럽처럼 서비스 가입 기간 내에는 잠금장치를 허용해 주는 규제가 도입될 것이 유력하다. USIM 개방에 적극적인 KTF가 최근 정통부에 의무약정제 도입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년 등 약정한 기간 내에는 이동을 제한하는 형식이다.
정통부의 관계자는 “내년 USIM 개방을 전제로 전담반을 구성한 만큼 구체적인 도입시기와 절차는 이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USIM 개방이 이동전화 시장 구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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