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형 민자사업(BTL:Build Transfer Lease)을 학교 건립에 적용한 것은 순전히 재정난 때문이다. 부족한 교육재정 상황에서 학교를 제대로 짓기 힘드니 우선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학교를 지은 후 이후 투자비를 임대방식으로 장기에 걸쳐 갚아나가는 방식을 차선이나마 도입하게 된 것. 지난 2005년 처음 BTL 개념을 적용한 학교는 올해 처음 문을 열었다.
지자체 중 BTL 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주거지역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경기도다. 경기도의 경우 48개 BTL 학교가 올해 개교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 중 25개가 초등학교다. 16개 초등학교는 지난 3월 개교했다.
BTL 방식은 완성학급을 기준으로 교육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일시에 완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BTL의 사업주체가 ‘부동산임대업자’라는 이윤집단이다 보니 그에 따른 부정적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설학교 건립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위한 ‘교육 정보화’의 인식 부재는 아쉬움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초등학교 학교정보화 현황을 취재하면서 파악된 상황 중 하나는 도서관, 음악실, 시청각실 등 소위 특별실에 들어가는 IT기기의 80% 가량이 단종제품이었다. 서울, 경기도 지역에서 학교 IT기기를 공급해온 전문기업에 따르면 “그나마 교단선진화용으로 들어가는 PC의 경우 조달로 구매하기 때문에 나은 상황이지만, 나머지 기타 IT기기 공급의 경우 민자 측이 요구하는 단가에 맞추다 보니 단종제품을 넣고 있다”고 고백했다. 물론 BTL 사업자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동일한 삼성전자 제품이 들어가도 교육청 주관으로 설립되는 학교에 들어가는 기종과 BTL 학교에 들어가는 기종간 차이는 어마어마 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 업체 사장은 “최근 건설사 중 아파트를 지으면서 유비쿼터스 개념을 넣지 않는 곳이 없지 않냐”며 “BTL 학교 역시 설계 단계부터 이런 사상을 충분히 넣을 수 있음에도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유비쿼터스 개념은커녕 이미 십수년전 사용된 설계도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심한 학교는 아예 인터넷 라인과 같은 액세스 플로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교실을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올 사업계획에 따르면 올해 BTL 방식의 학교건립에는 총 2조5000억원 가량이 투자된다. 21세기 학교가 지향해야하는 정보화 모델이 단순 성능 좋은 IT기기 몇 대를 더 공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BTL로 지어진 학교가 결국 지자체 소유로 넘어가고, 결국은 지방재정으로 부담한다고 볼 때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설학교라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교육 정보화 인프라를 사전에 적용하는 인식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경기 A초등학교(30학급) BTL 학교 기기 공급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