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5월이 시작됐다. 모든 일이 마른 가지에서 깨끗한 새잎이 나듯이 싱그럽고 힘차게 그리고 밤낮으로 성장하는 새 가지처럼 시작되고 진행됐으면 한다. 신록이 무성해지는 것은 자연현상이지만 바쁘게 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러한 5월에, 디스플레이 강국 코리아의 구심점이 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출범하게 된다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지만, 기쁨을 감출 수 없다.
특히 나는 디스플레이 분야 중소기업 62개사로 출범한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인연 때문에 그 기쁨이 더욱 크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01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의 반도체·통신·조선·자동차 산업의 규모와 기술적 수준은 세계적으로 충분한 위상이었으며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국가정책 등을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분야별 협회 조합 등이 설립돼 있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가 최고의 기술과 잠재력으로 최대의 산업이 될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관련 협회가 없었다.
당시 일본과 대만에는 디스플레이 관련 협회가 있었으며, 대정부 정책 건의 등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과 관련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다. 우리는 디스플레이 연구조합만 설치돼 기술적 성장발전에만 기여할 뿐 산업적 체계화 등에는 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많은 뜻있는 기업의 협회설립 의견을 모아 추진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연되다가 2003년 8월에 발기인 대회추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설립 총회를 2003년 9월에 개최해 가까스로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가 출범했다.
당시 협회 명칭과 관련해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형태이므로,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를 고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지면을 빌려 세계 최고, 최대의 산업이 되도록 심신을 다해준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부품 동료 회원사 여러분과 협회 출범에 혼신을 다한 고석태 회장 등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하고자 한다.
이제 세계 1, 2위의 위용을 갖춘 LCD와 PDP 산업의 큰 산(삼성·LG)이 의견을 모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대만의 경쟁자와 비교할 때 정책적 지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 디스플레이산업 구조에도 변화가 기대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한국 디스플레이산업계는 불멸의 혼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기술을 축적, 이제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상생과 배려의 정신을 안고 출발한다. 경쟁국의 도전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대기업,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관련 중소기업만이 참여하던 협회에서 세계 굴지의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참여하는 협회로 탈바꿈하는 디스플레이산업협회. 그 위용에 맞게 기술적·산업적 디스플레이업계 통합과 상생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을 주도하는 실질적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반도체 역사에서 하이닉스만 한 우여곡절과 눈물겨움을 느끼게 한 실화는 없었다. 하이닉스 신화는 그들이 한국인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산업분류상 디스플레이 산업과 동일시되는 반도체의 도전과 감동 어린 재기와 포부를 우리가 믿듯이, 디스플레이산업의 재기와 패기를 새로운 협회는 지금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출범을 거듭 환영하고 기대한다. 대자연의 신록처럼.
◆이억기 파이컴 부회장 oklee@phi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