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통신사업자

 ‘동등접근 리스크를 최소화하라’

7월 결합상품 출시를 준비중인 KT 등 지배적 통신사업자들에게 이런 특명이 떨어졌다. 정통부의 결합판매 고시 및 인가지침 발표로 KT·SK텔레콤은 인가역무인 시내전화·초고속 및 2G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결합상품을 내놓는 동시에 자사 인가역무에 대한 상품을 경쟁사에게도 동일하게 열어놔야 한다는 것. 결합판매에 대한 권리 뿐만 아니라 동등접근의 의무까지 같이 짊어져야 해 부담스럽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결합시장은 지배적사업자의 동등접근 부담이 적은 부분부터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사의 반사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 조합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7월에 출시하려면 한달전인 6월초에 약관신청을 해야 하는 사업자들은 이런 고민 때문에 일단 동등접근 부담이 큰 결합상품의 출시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내가 내면 남도 낸다=정통부 방침에 따르면 인가역무에 대해 타 사업자가 동등접근 요구를 한지 30일 이내에 협정을 체결하고 체결 후 30일이내 필수요소를 제공해야 한다. A사가 인가역무(a)를 포함된 결합상품인 ‘a+b’를 내놓을 경우 b를 갖고 있는 B사업자는 역시 a+b 상품 출시를 위해 A사에 a를 동등하게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b를 갖고 있지 않거나 a가 인가역무가 아닐때는 동등접근 의무는 없다. 이론상 A사가 a+b를 출시한지 2달후면 B사도 유사한 a+b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A사는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동시에 B사에 자기만이 보유한 a상품을 동일한 조건으로 열어줘야하는 부담을 안는다.

◇ 초기부담은 적게=KT는 7월 첫 결합상품으로 초고속+와이브로, 초고속+보험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주력인 시내전화를 일단 뺐다. 서비스 효용성과 함께 동등접근 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시내전화 결합상품을 이미 준비했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굳이 서둘지 않겠다”고 말했다. KT는 시내전화 결합상품을 출시하더라도 경쟁사가 동등접근을 요청하기 힘든 상품 조합에 고민을 집중했다. ‘시내전화+이동전화’ 조합은 파급력이 크지만 SK텔레콤에게 즉각 시내전화를 열어주는 꼴이 돼 위험성도 있다.

KT는 와이브로를 가진 SK텔레콤이 KT 초고속 상품에 대한 동등접근을 요구해도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동등접근을 통해 KT 초고속을 묶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다만 그렇게 출시하는 게 얼마나 효과 있을지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고민스럽다. 이동전화 이외에 가진 게 없어 다른 사업자의 상품을 묶어 판매할 때 동등접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