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인간(Human in Digital Age)을 주제로 한 ‘제17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07)’에 지난 15일 개막일부터 관람객이 몰렸다. 특히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프로토콜TV(IPTV) 등 신규 방송서비스와 관련한 ‘신기술 테마관’의 인기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잘 짜인 전시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먼저 나왔다. 여전히 외산 장비가 행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방송 솔루션업체 네스테크놀로지의 지윤성 영업부장은 “외국 방송장비 업체가 KOBA 전시 주류인 것은 사실”이라며 “국산 장비, 솔루션 업체는 전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방송 장비·솔루션업체 마이더스의 김지연 차장도 “국내 방송장비 시장이 외산 위주로 돼 있어 순수 국내 업체보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지사, 총판의 전시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전시장에서 가장 큰 부스는 파나소닉·소니·JVC·캐논 등 외국 기업의 차지였다.
물론 업력도 길고 기술력도 높은 이들 업체가 전 세계 방송장비 관련 시장을 주름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박경철 브로닉스정보통신 부장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이유도 있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새는 국산이라고 성능이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신뢰성 때문에 오래된 외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지요.”
‘글로벌화’라는 말 자체가 식상해진 요즘 국산, 외산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국내 기술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장비가 단순히 예전부터 내려온 습관이나 편견 때문에 외면받는다는 건 영 유쾌하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차 국산 방송장비·솔루션의 입지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박경철 부장은 “방송 솔루션 쪽은 이미 국산화가 많이 됐다. 방송 장비도 국내 입지를 확고히 갖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산, 국산을 따지지 말고 모든 방송장비·솔루션 업체가 똑같은 잣대로 평가받는 때가 올 것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일단 국산 방송장비업계를 응원하고 싶다. 힘내라, 국산 방송장비업체들!
최순욱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