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미 FTA와 우리의 특허 경쟁력

[ET단상]한·미 FTA와 우리의 특허 경쟁력

 한미 FTA가 타결된 지 이제 한달 여가 지났다. 아직 협상의 상세 내용을 담은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분야별로 협상결과가 발표되고 있고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협상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한미 FTA는 ‘안정적인 거대 시장확보’라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고, 대다수 전문가와 국민도 한미 FTA에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은 비관적인 전망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면에 산업재산권 분야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측이 당초 수용불가 방침을 세웠던 대부분의 쟁점이 철회됐고, ‘등록지연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 등 수용된 쟁점도 우리 측 견해가 반영돼 실제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단순히 미국 측의 요구기 때문에 철회시켜야 한다는 단선적인 접근보다는 국내 제도의 선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우리 경제나 기업의 실정에 비춰 적합한지를 분석해 처음부터 협상에 전략적으로 대처했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하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IT 등 첨단 분야에서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재산권 보호체계를 더욱 선진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특허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표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술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기술도입으로 해외에 지급하는 돈이 많은 기술무역수지 적자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특허출원 4위, 국제협력조약(PCT) 국제 특허출원 4위를 기록해 미국·일본·독일과 함께 세계 ‘특허 4강’ 반열에 당당하게 합류했다.

 특허 4강이면서 왜 기술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80년대 초부터 특허 3대 강국에 들던 일본도 ‘특허사용료 수지’는 2001년도까지 적자였다. 그런 일본이 90년대 이후 IT·전자·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특허 등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해온 결과 2002년도에 ‘특허사용료 수지’가 처음으로 203억엔의 흑자로 전환된 이후 2006년도에는 5470억엔의 흑자를 냈다. 우수한 특허의 잠재적 가치는 시장에서 시차를 두고 장기간에 걸쳐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가 선진화되고 특허출원이 많아졌다고 해서 특허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특허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특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기술 무역수지 적자국 신세를 벗어나 흑자국이 되려면 우리 기업들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 및 해외 특허 획득이 필수 전제 조건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특허맵을 작성·보급하고 있다. 과기부·산자부 등 정부 연구개발사업의 연구기획·과제선정 시 특허기술동향조사 및 선행기술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해 국제특허가 가능한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대학 및 연구소를 대상으로 직무발명 보상규정의 표준모델을 작성·보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지식재산 창출 관리역량 강화를 위해 종합지원체제를 구축하고, 대학에 특허관리 어드바이저를 파견해 지식재산의 체계적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특허 획득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 특허출원 비용의 지원 규모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한미 FTA의 득실을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한미 FTA 시대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시점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산업재산권 분야도 한미 FTA가 우리가 소망하는 지식재산강국 실현의 도약대가 될지는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는 우리의 대응능력과 자세에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태용 특허청 차장> taeyong122@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