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과학 속 로봇이 마침내 공상 과학의 로봇을 눌렀다.’
격투기 대회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3년 뚜렷한 족적을 남긴 로봇을 기념하기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이 제정한 ‘로봇 명예의 전당(Robot Hall of Fame)’ 이야기다.
‘로봇 명예의 전당’에는 매년 로봇 개발자·과학 작가 등 수십 명의 전세계 로봇 전문가가 현실은 물론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 속 로봇까지 아우르는 후보군 중 헌액 대상 로봇을 선정한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헌액 대상 로봇 중 실존 로봇 숫자가 상상 속 로봇 숫자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지난 주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로봇 공학 콘퍼런스 ‘로보 비즈니스 2007’에서 발표된 올해 헌액 대상 로봇 4개 중 가상 로봇은 스타트랙에서 인간의 본성과 로봇 권리의 차이를 보여준 휴머노이드 ‘데이터 소령’ 뿐. 대신 다리 하나로 밸런스를 잡아 보행 로봇의 토대를 마련한 ‘래버트 호퍼’와 피츠버그에서 샌디에고까지 스스로 운전한 자동차 ‘냅랩(Navlab 5)’ 자신만의 로봇을 만드는 교육용 키트 ‘레고 마인드스톰’ 등 실존 로봇이 기세를 올렸다.
솔직히 ‘인기 투표’일 뿐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곳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첫 해 ‘R2D2’에 이어 2004년 C3PO와 아톰, 지난해 데이비드(영화 A.I.)까지 매년 영화나 소설 속 로봇이 명예의 전당 단골 손님이던 상황에서 실존 로봇의 약진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매트 메이슨 카네기멜론 로봇공학 연구소장은 “실존 로봇이 많이 헌액된 것은 로봇 개발자의 상상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말했다.
‘호들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 산업이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은 ‘호들갑’을 떨 때다. ‘로봇 명예의 전당’ 행사를 통해 로봇 개발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
‘아톰’이 일본인에게 심어준 영감은 결국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 “과학자가 돼서 태권브이를 만들겠다”던 꿈은 서서히 현실이 되었다. 꿈 같은 프로젝트를 상상과 현실로 잇게 하는 힘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