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법을 알아야 산업이 발전한다

　법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규제장치다. 법에 따라 가치 척도가 달라지고, 인간생활의 기초질서가 달라진다. 법이 얼마나 잘 돼 있느냐에 따라 공존공영 가치가 달라진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관습법이나 성문법을 막론하고 전 세계는 법에 좌우되고 있고 법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반도체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이 제품이 더 부가가치가 있으려면 법이 더 잘 발달돼야 한다. 퀼컴이 로열티를 가져가는 것도 관련법으로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IT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를 이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법이 앞서가야 한다.

　우선 전 세계 분야별로 가장 훌륭한 법률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에 파견을 해서 그 나라 법을 배워야 한다. 법이 발전되지 못하면 절대 그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IT·바이오 등의 관련 산업은 발전해가고 있는데 법은 과연 그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생명공학이라든지 자국인터넷주소를 비롯한 IT분야는 아주 앞서가는 기술이다. 각종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법의 수준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법이 못 따라가면 결국은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 관련법이 앞서 있는 나라가 산업도 앞서갈 수밖에 없다. 법이 발전된 나라로 신산업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산업 패러다임은 법과 함께 간다. 법이 이를 지켜주고 키워주면 첨단 산업은 발전하게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적기조례다. 영국에서 처음 자동차가 만들어졌을 때 몇 명 이상이 타야 하고, 붉은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조례를 만들었다. 말은 알아서 사람이나 다른 말을 피해가지만, 자동차 바퀴는 그대로 직선으로 가니까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 조례가 생겼다.

　그러나 목적과 취지는 좋았지만, 자동차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됐고, 결국 이 신산업은 다른 나라, 즉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것이 바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아니겠는가. 이를 통해 미국은 산업시대에 자동차 등을 통해 다양한 국부를 창출했고 영국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IT시대다. 정보화 시대, 정보화 사회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IT분야만큼은 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발전돼 있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의 것을 배우러 오고 있다.

　사회·경제·문화·시스템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IT분야 법을 배우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다. 특허법은 어떻게 돼 있는지, 지식재산권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 미국에서 관련법을 배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지금은 IT분야의 많은 기술이 한국에 있으니 미국·독일·프랑스에서 한국 법을 배우러 와야 하지 않겠는가.

　법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시는 이들은 외국의 법조인들이 우리나라에 관련법을 배우러 오게 해야 하고, 한국 판례가 전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IT분야가 앞서 있는만큼 이를 뒷받침 해주는 법률 구조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 부분이 더욱 발전해야 할 것이다.

　법률 수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서 우리나라 선도산업과 연관지어 법적 방향과 철학을 타국에 참조가 되도록 선도산업의 법률시스템으로 체계화하고, 이러한 우리의 선진 법률시스템 및 산업 시스템을 원하는 나라에 법적 인프라가 확충되도록 구축해 줄 때 우리가 만든 서비스와 솔루션은 이미 우리가 구축해 준 법적 레일을 타고 전 세계 깊숙이 전파돼, 우리의 선진기술과 서비스가 전 세계 경제발전과 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하게 되는 크나큰 역할을 법률수출이 도맡을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법부터 우선 알아야 한다.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과 이를 토대로 국부를 창출할 산업도 법을 모르면 사장되고 만다. 반대로 우리가 앞서서 주도하는 기술은 철저한 법으로 타국에서 우리의 법을 배우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판정 넷피아닷컴 사장 pjceo@netpia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