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휴대폰 액정이 하얗게 떴다. 휴대폰 고장은 긴급상황이다. 급하게 LG전자 서비스센터를 찾아 들어섰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에 맞춰 상담원과 마주 앉았는데 그는 먼저 모래시계를 뒤짚어 놓는다. “30분 내에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인사한 후 휴대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부품을 갈아끼운다. 10분 정도 지나서 휴대폰은 멀쩡한 상태로 내게 돌아왔다.
“액정은 연결 부품이 끊어져서 바꿔 끼웠구요. 스피커 쪽도 고장 위험이 있는데 3∼6개월은 쓸 만하구요. 혹시 미리 부품을 바꾸신다면 부품비용은 추가로 000원이 듭니다”며 말을 마친다.
‘감동스러운 AS’다. LG전자는 휴대폰의 경우 ‘고객이 센터에 들어와서 수리받고 나갈 때까지 30분 안에 처리’하며 ‘고객의 눈앞에서 직접 수리’해준다. 가전도 마찬가지다. 출장·방문 수리는 고장 신고 후 방문·수리까지 ‘두 시간 처리’와 ‘당일 처리’가 원칙이다.
고객들은 마냥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감동의 AS를 하는 데는 돈이 든다. LG전자에는 수리기사만 4000∼4500명이다. 삼성전자도 5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혹자는 “그게 다 제조원가에 포함된 단순한 상술일 뿐”이라고 폄훼한다.
삼성과 LG의 ‘감동의 AS’는 시장 전략이다. 고객은 이미 삼성과 LG의 AS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이보다 떨어지면 불만을 쏟아낸다. 가전의 강자인 샤프·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거나 발을 못 들이는 이유다. 한낱 해외 한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수리기사 몇 천명을 둘 수는 없는 일인데 그 국가의 고객은 그것을 원한다. 세계적인 LCD TV 강자인 샤프도 이를 알기에 국내 시장에 쉽게 덤비지 않고 있다.
만약 2000년 이후 힘을 발휘해온 이런 ‘감동의 AS’ 전략이 흔들린다면 발원지는 중국 하이얼의 저가 경쟁력 전략일지 모른다. 소비자에게 AS가 아무리 감동스러울지라도 ‘가격’이 먼저 보이는 ‘떡’이기 때문이다.
하이마트·이마트 등 국내 대형유통점은 아직 하이얼 제품을 취급할 계획이 없다. 이유 중 하나가 AS를 믿을 수 없다는 것. 삼성과 LG의 ‘감동의 AS’라는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는 소비자만이 알 뿐이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