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글로벌 경쟁력 높이려면

 삼성·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고강도 혁신에 나섰다고 한다. 올해 신규 출시 모델을 예년의 200여종에서 20∼30% 정도 축소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물론 기구·금형 등 외관 설계까지 공동으로 활용하는 ‘플랫폼 전략’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출시 모델이 축소되고 플랫폼 전략이 채택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업체들에도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과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몇년 전만 해도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려주었으나 최근 위기의 징후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불가피하게 고강도 혁신에 몰리고 있는게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현주소다.

 삼성·LG전자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고강도 혁신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기라성 같은 업체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해외 경쟁사들이 인도·중국·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중저가 휴대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강점으로 세웠던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출시 전략과 국내 생산 위주의 제조방식을 개편하는 게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삼성·LG전자 등 휴대폰업체들이 내놓은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표준 부품및 인터페이스의 개발과 해외 생산 및 조달 체계의 효율화가 시급하다.특히 내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부품 조달에서 부터 개발·생산·판매 등 전 과정에서의 경쟁력 제고가 급하다. 본사는 물론 협력업체와 고객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공급망 관리(SCM)와 적기공급체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혹여 이 과정에서 그동안 본사와 협력업체 간에 쌓아온 신뢰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중소협력 업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비록 세계 시장이 무한경쟁으로 치닫는다고 해도 경쟁의 부담을 중소협력업체에 온전히 넘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중소 협력 업체가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신기술 공동개발 및 공정의 효율성 제고 등 상생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생산기지가 공동화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신흥시장(이머징 마켓)과 중저가 시장에 대한 고삐도 더욱 죄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이룩한 성과들이 중저가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해외 경쟁업체들이 신흥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룩한 데 비해 국내 업체들은 아직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내 업체들도 그간 신흥 시장에 적합한 중저가 모델 개발과 해외 생산의 제고 등 노력을 펼쳤으나 신흥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지위는 아직 위태롭다. 결국은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이 뿌리내려야 한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울러 스마트폰이나 3G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 시장을 선점해가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