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잭 웰치 승자의 조건

 잭 웰치 승자의 조건

잭 웰치·수지 웰치 지음, 윤여필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4800원.

 시장 가치 120억달러에 불과했던 작은 기업 GE를 20년간 4500억달러 규모의 엄청난 조직으로 성장시킨 경영의 귀재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세번째 신작을 갖고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GE 회장에 오르기까지 잭 웰치의 삶을 조명한 자서전 ‘끝없는 도전과 용기’(2001년 출간)와 GE에서의 20년 경영을 집대성한 경영철학서 ‘위대한 승리’(2004년 출간)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전작이 미처 해소해주지 못했던 비즈니스와 커리어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과 새롭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한층 풍부해진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책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잭 웰치 경영의 핵심 비법을 뽑아놓은 에션셜 북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GE 재직 시절 쌓은 다채로운 경험과 녹록지 않은 연륜이 그대로 묻어난다. 거기에 은퇴 후 여러 사람들과 만나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 새롭게 깨닫게 된 점들이 추가되어 그 내용이 더욱 깊고 넓어졌다.

 지난 2006년 12월 산업자원부 주최 영상강연에서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해 한국의 네티즌들을 성나가게 한 잭 웰치는 은퇴 뒤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제 잭 웰치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변화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세계 경영계에서 잭 웰치의 입지는 더욱 견고하다. 잭 웰치를 공부하는 기업의 숫자가 날로 늘고 있고 2006년부터 MIT 강의를 통해 미래의 경영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비즈니스 조언을 전해주며 최고의 인기 강사로 떠올랐다는 것으로도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기업과 개인의 성공 전략이 모두 담겨 있다. 사족을 줄이고 핵심만 담은 만큼 내용이 단순해지고 페이지 수도 훨씬 줄었다. 그리고 다루는 주제는 전작에 비해 훨씬 다양해져 저자 본인의 말처럼 비즈니스 그 자체만큼이나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거나 들여놓으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는 방법, 직장 초년생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조직의 리더로서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와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침들, 기업 경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략과 노하우, 개인 기업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문제들의 해결법,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기업의 생존 전략과 주요 국가들의 미래 전망, 자신의 기본적인 경영철학과 자신이 생각하는 승리와 승자의 의미 등을 폭넓게 담고 있다.

 잭 웰치가 비즈니스 위업을 달성한 사람이라는 생각인지 흔히들 그가 말하는 승자가 곧 비즈니스에서의 승자라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승자란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승자란 단 한 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비즈니스에서의 승자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서는 한 기업이 크게 승리한다고 해도 보통 많은 수의 부가적인 승자가 존재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승자의 조건은 ‘1등’이라든지 ‘정복’과 같은 단순하고 좁은 범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발맞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과감한 혁신에의 의지’야 말로 그가 말하는 진정한 승자의 조건이다. 20세기 경영자 잭 웰치의 지침이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