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CD 대만 추격 대응 서둘러야

 대만 LCD업체들이 7세대 장비를 잇달아 발주함에 따라 국내 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처럼 들려온 좋은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 LCD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만업체 간 경쟁이 향후 더욱 격화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 대만 LCD업체들은 내년 이후에나 7세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는데 최근 잇단 7세대 장비 발주는 이를 올 하반기로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7세대는 40인치 이상 대형 TV패널 전용라인이어서 만일 대만업체가 7세대 증설투자에 본격 나선 것이라면 그동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가 장악해온 대형 TV패널시장이 다자간 경쟁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타이완업체의 행보를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만 1위 LCD업체인 AU옵트로닉스(AUO)의 경우 7세대 증설에 필요한 장비를 오는 3분기에 발주할 예정인 데 이어 대만 2위 LCD업체인 치메이옵트로닉스(CMO)도 최근 7세대 2라인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아직 두 회사의 생산량이 늘어나도 세계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LPL에는 못 미친다. AUO는 7세대 생산라인이 완성되면 생산량이 월 6만장에서 7만5000장으로, 그리고 CMO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월 6만장으로 크게 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PL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월 18만장과 11만장의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AUO는 7세대 3라인과 8세대 투자까지 고려 중인데 만일 이것이 실현되면 이 회사의 대형 패널 생산능력은 LPL에 버금간다고 한다. 또 AUO와 CMO의 계획대로 7세대 LCD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경우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물량이 전체의 31%나 된다고 하니 필시 우리 업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조속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행히 지난 2004년 세계 처음으로 7세대 LCD 생산라인을 가동한 삼성전자는 타이완업체의 공격적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8세대 라인을 당초 예정된 올해 10월에서 2∼3개월 빨리 가동할 예정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7세대 LCD 생산라인 비용 절감에도 적극 나선다고 한다. 모두 필요한 조치들이다. LPL도 5.5세대 또는 8세대 투자 시기를 상반기에 결정, 대만업체의 추격을 따돌릴 방침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이미 이달 중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공동연구개발 수행 등 8대 협력과제를 제시하며 대단합을 과시한 바 있다. 8대 과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수적인 LCD산업에 비용 절감 등 많은 이득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이번에 합의한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며 지금과 같은 기술과 시장 우위를 계속 지켜나간다면 거세지는 세계 LCD 시장 파고도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