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업 기술유출 막을 수 있다

[ET단상]기업 기술유출 막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 기술 유출에 이어 포스데이타의 와이브로 기술 유출까지 적발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기술 유출 문제는 기본적으로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생산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외주 서비스(아웃소싱)가 일반화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보다는 원천기술 면에서는 실력이 떨어지고, 제조기술과 생산기술에서는 중국과 살얼음 정도의 얇은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기술 유출이 국가적인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디지털 문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복사도 손쉽고, 인터넷을 통한 전송도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어 기술 습득에 수년이 걸리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자동화 기술의 진전으로 설계도만 있으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파일 복사와 전송에 의한 기술 유출은 이제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에서 발전된 기술유출 방지 제품은 세계적인 명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시장에서 문서보안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이 제품은 2001년에 처음 개발되어 정부의 주요기관과 대기업에 설치되고 있는데, 적어도 500개 이상의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이나 영화를 제공하고 돈을 지불한 고객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 보호 기술(DRM)기술을 응용한 국내 기술이다. 이 기술에서는 다운로드받은 콘텐츠를 자신이 사용할 수는 있지만 복사하여 제3자에게 보내는 경우 무자격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콘텐츠가 암호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이 DRM 제품은 그동안 꾸준히 성능이 향상돼서 이제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 제품이 되었다. 한국이 앞서있는 휴대폰, 반도체, 선박제조, 그리고 정부기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을 설치하면 도면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서버에 접속하는 순간 사용자 등록이 완성되기 때문에 별도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수고가 필요없고, 자신의 권한에 따라 문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권한 밖의 작업을 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자료를 내려받은 PC나 노트북에서 USB, CD같은 저장장치에 복사해서 나가더라도 허가받지 않은 사용자가 문서를 열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DRM제품은 한국에서 개발된 어떤 소프트웨어보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ZTE, 미국, 캐나다, 일본 시장을 잘 공략하고 있는 문서 보안 제품 역시 한국의 DRM제품들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6년간 국가기관과 삼성, LG, SK, 현대 등의 첨단 제품 생산현장에서 잘 사용하고 있어 그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다. 그럼에도 지난번 국회에서 FTA 대응 문건이 유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토록 중요한 문서라면 왜 국회는 국내 기술을 사용하여 유출을 막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국회에 문서 유출 방지 시스템만 설치되어 있다면 불편하게 출력한 문서를 회수하거나 보좌관들의 서랍을 뒤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터진 현대기아차와 포스데이타 사태를 보면서 기업의 보안 개념과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현재 언론에서는 ‘기술 유출은 기술적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서 유출 방지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무선전화기 개발과 제조, 반도체, 선박 등의 분야에서는 기술 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자동차분야와 통신기술 분야만 유출 사고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중국이 탐내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국내의 보안 기술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출 방지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있는데 더 이상 기술 유출 문제로 우리 사회가 시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종욱 마크애니 사장 juchoi2@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