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드는만큼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 제도 도입의 유예를 강력히 요청한다.’ ‘이용자 편의보다 지역 통화권 및 요금체계, 긴급전화 사용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충분히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시행하자.’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의 의견이 모처럼 같았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통신산업 규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도입하기로 천명한 VoIP 번호이동제도에 대해서다. 이유는 조금 달랐다.
지난 5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별정통신사업자들은 투자비용 부담에 대해 언급하며 번호이동 제도를 최대한 유예하자는 의견을,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기간통신사업자 간 상호접속료를 약속이나 한듯 논의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게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통부는 번호이동 후 인터넷전화의 기존 통화권 내 사용 원칙과 번호이동된 인터넷전화의 지역이동 전면허용 등 두가지 방안을 조율중이다.
◇별정통신사업자 “여건 고려해 달라”=별정사업자들은 번호이동 도입시기를 정할 때 사업자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흠 무한넷코리아 대표는 “시스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번호이동 제도를 너무 빨리 도입하면 자금부담 때문에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며 도입 유예기간을 둘 것을 주장했다.
신동경 삼성네트웍스 인터넷전화사업 담당은 “시내전화사업자가 인터넷전화 번호를 받고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어 ‘070’ 번호만 있는 인터넷전화사업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인터넷전화사업자에게 기존의 시내전화를 의무적으로 부여해주는 방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간통신사업자 “이동전화 오류 되풀이 우려”=기간통신사업자들은 휴대폰 번호이동 초창기 전산처리 오류 등을 언급하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수 KT 상무는 “정전시 통화나 긴급통화 지원이 완벽하지 않은 인터넷전화의 부작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논의중인 통화권도 요금체계와 착발신 혼동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119 등 긴급전화 지원 문제 등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단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간통신사업자간 상호접속료 문제 등 알맹이는 빠져=공청회에선 기간통신사업자간 상호접속료 관련 내용과 번호이동 시스템 구축 비용을 사업자간 동일 비율로 분담하는 등 뜨거운 쟁점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공청회에 참가한 별정사업자 관계자는 “유선전화가 번호이동했을 경우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호접속료를 유선전화사업자가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 갖지만 인터넷전화의 경우 상호접속료가 5.5원밖에 되지 않아 이통사가 상호접속료를 더 내야 한다는 유선사업자와 이통사가 갈등 양상을 보인다”며 “시스템 구축 비용을 동일하게 분담하자는 방안에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별정통신사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