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세상의 중심에 서라
김용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우리나라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이공계 분야의 인재 확보와 양성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문명의 혜택이라고 말하는 것 예를 들면, 두바이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160층짜리 빌딩, 호텔 같은 비행기,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 등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설계하는 사람들은 바로 엔지니어다.
현직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김용석 상무가 KAIST 주관의 IDEC(반도체설계센터) 잡지에 6년간 기고했던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부서원 둘이서 시작한 종합연구소의 생활에서부터 첫 DAT 칩 개발 과정, 그리고 휴대폰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20여년 동안 저자가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좌절, 성공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모두 이해하고 경험한 프로 엔지니어인 저자는 기술이 단지 기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롭게 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감성 중심의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엔지니어가 먼저 디지털 컨버전스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의 국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 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은 핵심 인재가 만들어낸다. 또 이공계 기피 문제에 대해 단순히 이공계 특별장학금이나 벤처 육성 등의 미봉책이 아니라 이공계 출신 직장인들과 연구원들에게 확고한 비전과 긍지를 심어줄 때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공계 출신들이 일하는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더불어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최고의 자부심을 지니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노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연계성 있는 직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와 국가적인 인프라를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책 곳곳에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기 위한 고민 등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서 창조적 기술이 나온다는 저자의 기술 철학이 잘 드러난다. 한편 저자는 조직 내 문화 속에서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시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형적인 엔지니어로 누구보다 엔지니어의 삶과 고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이공계를 희망하는 젊은이들과 이 땅의 엔지니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확고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엔지니어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엔지니어는 상상 속의 것을 구체화하여 설계하고,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순수하고 진실한 삶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직업이다. 제품에 멀티미디어라는 기술을 적용해 음악이나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세상의 많은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1만2000원.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