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을 둘러싼 글로벌 특허분쟁의 불똥이 결국 우리 업체들에 튀었다.
7일(현지시각)부터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이 퀄컴칩을 탑재해 개발한 새 3G(CDMA 2000 1X EVDO/WCDMA) 휴대폰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행정부가 현지 이통사 및 고객 피해 등을 고려해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퀄컴의 독점력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소송이 각국에서 줄을 잇고 있어 녹록치만은 않다. 우리 업체들은 대체 기술을 시급히 안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힘을 모으는 한편, 공급선 다양화 등 장기적 대책 마련도 검토중이다. 당사자간 합의 가능성에 기대감을 뒀다.
◇3G 상승세 발목 잡힐라=모토로라 등 경쟁사들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만 현지 3G 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업체들이 상대적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 업체들은 지난해 약 3000여만대로 추정되는 미국 3G(CDMA 2000 1X EVDO/WCDMA) 시장에서 50%가 넘는 시장을 점유,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그 시장규모가 2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업체들은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최근 미디어플로 TV폰, HSDPA 뮤직폰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고성능 3G 신제품을 현지 전시회를 통해 소개했다.
하반기에는 다운링크 속도를 7.2Mbps까지 속도를 높인 후속 3G 제품을 내놓기로 하고 막바지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들 최신 3G폰들은 모두 퀄컴칩에 기반해 개발이 진행중이어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퀄컴이 대안으로 제시한 알고리듬으로는 이같은 고성능 제품을 구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소송 확대될 수도=브로드컴과 퀄컴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단 미국에 그치지 않고 EU 등 다른 국가로까지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브로드컴은 노키아와 공조를 통해 퀄컴을 특허 침해 및 반독점 등을 이유로 EU 주요 국가의 법원에 제소해 둔 상태다. 노키아는 이와 별도로 지난 4월 퀄컴과의 CDMA 로열티 및 WCDMA 라이선스 체결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자 미국 켄싱턴 법원에 추가로 제소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 업체들이 이래저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브로드컴이 승소하면서 당장 3G 휴대폰 수출에 장애가 생겼고, 퀄컴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이 확대되면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까 우려스럽다. 퀄컴이 노키아에까지 패소해 로열티를 낮춰 주거나 교차 라이선스를 확대하면, 노키아와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해득실 따져 근원적 대책 마련 시급=3G 시장에서는 더이상 퀄컴이 온전한 방패막이가 돼 줄 수 없다. CDMA와 달리 WCDMA는 노키아·에릭슨 등 GSM 진영과 기술을 공유해 표준을 만들었기 권리를 주장할 특허권자들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이 2G에 이어 3G까지 퀄컴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는데는 내부적인 약점이 더 크다. 퀄컴은 TI나 에릭슨 등과 달리 칩을 공급하면서 프로토콜스택 등 휴대폰 개발에 필요한 핵심 소프트웨어까지 최적화해 제공한다.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수고를 덜 수 있다. 국내업체는 지난 10여년간 퀄컴과 협력으로 노키아처럼 독자적인 칩기술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핵심칩을 공급할 파트너를 다원화하지 못했다. 대응특허도 극미하다.
안재민 정보통신부 이동통신 PM은 “와이브로를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면서 “심화되는 특허분쟁에 대비해 산업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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