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정부 로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법무부 검찰 담당 고위 관계자가 최근 각 주정부 검찰청에 서한을 보내, MS를 상대로 한 구글의 법적 제소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MS의 힘=토마스 배넛 법무부 검찰담당관<사진>이 각 주 검찰청에 메모 형태로 보낸 이 서한에 따르면, MS의 새로운 PC 운용체계인 ‘윈도비스타’가 구글 검색시스템의 구동을 방해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구글 측 주장을 사실상 기각하라는 내용이다. 배넛 담당관은 지난 2004년 부임 전까지 MS의 각종 반독점 위반 혐의 관련 법적 분쟁을 맡아온 법률 회사인 ‘코빙톤&버링’의 부회장을 역임했던 인물.
지난해 EU가 MS에 대해 반 시장적인 행위에 대해 공식 항의, 이에 대한 자료 제시를 요구했을 때도 주EU 미국대표단의 보이덴 그레이 대사는 EU의 조사 자체를 반대한 바 있다. 그레이 대사는 MS의 공식 변호사와 로비스트로 일한 전력이 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지난 2005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MS에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 미 법무부가 직접 나서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도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배넛 담당관의 서한을 받은 리차드 블루멘탈 코넷티컷주 수석 검사는 “이번 사건은 마치 수년전 ‘MS-네스케이프’ 건의 데자뷰 현상과 같다”며 “서한과 관계없이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독점법 위반=윈도비스타는 네티즌들의 ‘구글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GDS)’ 사용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게 구글 측 주장이다.
비스타에는 사용자가 작동을 차단시킬 수 없는 자체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따라서 구글 등 외부 검색 프로그램과 동시 구동시 하드드라이브에 부하가 걸려 운영시스템(OS) 속도의 현저한 감소 현상을 초래한다. 결국 타사 검색 프로그램은 못쓰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금지를 골자로 지난 2002년 마련된 ‘반독점 금지 합의안’을 위반한 것이라고 구글은 설명했다.
◇향후 전망=이번 구글 사건은 연방법원에 배속, 이번 주 중 콜라 코텔리 판사가 직접 양측의 주장을 듣고, 이달 말께 사건 검토가 마무리된다. 코텔리는 지난 2002년 MS 반독점 사건의 담당 판사다.
하지만 이번 건 역시 MS 측에 우세한 판결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부시 행정부 들어 친MS적인 행정조치와 판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S는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공식적인 로비활동에만 55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이번 MS-구글 건 역시 지난 1990년대말 ‘MS-넷스케이프’ 파동의 재현이 될 소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