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지독한 혹평을 받았던 ‘할로우맨(2000)’ 이후 무려 6년 만에 발표한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 ‘블랙북’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극화한 홀로코스트 영화다.
2차 세계 대전 말기, 독일군 점령의 네덜란드. 전직 가수인 젊은 유태인 여성 레이첼(캐리슨 반 허슨)은 독일군의 인종 청소를 피해 탈출을 시도하던 중 예기치 못한 음모에 빠져 가족을 모두 잃는다. 네덜란드 반군의 도움을 얻어 천신만고 끝에 생명을 건진 그녀가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스모킹 에이스
진부한 영어식 표현이지만 조 카나한 감독의 액션 영화 ‘스모킹 에이스’는 ‘스타일리시한’ 영상의 과시를 편집증적으로 추구한 작품이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피비린내 나는 뒷 골목의 폭력 우화 ‘나크’가 거칠고 눅룩한 화면 질감을 통해 작품 특유의 처절한 정서를 강조했다면, 그의 메이저 스튜디오 데뷔작인 ‘스모킹 에이스’의 영상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에 맞게 울긋불긋한 카지노 내부처럼 오색찬란한 이미지의 연속이다.
또한 ‘쓰리킹즈’ ‘나쁜 녀석들2’ ‘매트릭스’ 등 스타일리쉬라면 결코 기죽지 않을 선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1인칭 시점과 과장된 CG 효과, 스피디한 편집 등 동공을 바삐 움직이게 하는 엘리베이터 안팎의 빌딩 총격 신은 화면가득 거센 화염과 총탄을 쏟아낸다.
용호문
작년에 선보인 중화권 액션 영화 중 최고의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엽위신 감독의 역작 ‘용호문’은 홍콩 무협 영화의 건재함을 소리내어 외치기라도 하는 듯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온갖 장기를 극한으로 밀어부친 순도 100%의 오락 액션물이다.
원작 만화의 알록달록한 프레임들이 빠르게 스크롤되며 등장하는 오프닝은 마치 ‘스파이더맨’ ‘엑스맨’ 시리즈같은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들을 노골적으로 떠올리게 하는데, 본편 영화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와 액션을 홍콩 무협 특유의 현란한 안무에 도입해 오감을 자극하는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킬 빌’과 ‘짝패’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그저 다른 이가 흉내낼 수 없는 경지의 액션을 선보이며 홍콩 액션의 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