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드디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기구설치법안)에 대한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오는 20일 열리는 방송통신특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그것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게 올 1월 10일이었으니 무려 다섯달 열흘만의 일이다.
물론 그동안 국회가 아무 한 일 없이 허송했다는 건 아니다. 여야 합의로 특위를 출범시켰는가 하면, 특위를 통해 7번의 회의를 열어 정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법안 심리에 앞서 해야할 절차들은 대략 소화해낸 셈이다.
특위는 당초 9월 정기국회 이전, 그러니까 하한기와 대선일정을 감안해 6월 임시국회 회기중에 법안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정이 지켜지리라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남은 회기도 회기이려니와, 현재 특위에 흐르는 분위기상 법안이 소위와 전체회의를 모두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위 일정이 틀어지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 기구설치법안 처리를 위해 구성된 특위가 출범과 동시에 IPTV라는 초강력 복병을 만난 게 화근이었다. 기구설치법안 보다는 IPTV도입 법안을 먼저 만들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특위가 정파별,의원별로 사분오열된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기구설치 법안에 부정적인 방송위원회나 기구설치 자체를 차기 정부에 넘기자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없지 않을 터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6월 회기를 넘겼을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기구설치법안은 연내처리가 사실상 무산될 뿐아니라, 현정부의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지난 수년동안 어렵게 결론을 맺은 논의의 결과가 물거품이 된다는 뜻이다. 자칫 책임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어떤 자세로 법안 심사에 임할지 궁금해진다. 서현진 정책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