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외부 소리에 `귀 막은`中 인터넷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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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검열은 인민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다.” VS “인터넷 검열은 중국식 사회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금 중국 사회에서는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함축한 사건이 바로 지난 2005년 4월에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항저우, 톈진 등에서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일어난 반일운동이다. 당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총리의 신사참배로 촉발된 시위는 한 네티즌이 5월을 ‘일본상품 불매 운동의 달’로 정하자는 ‘전 국민에게 보내는 제안서’가 인터넷에 뜬 이후 수 많은 네티즌이 퍼 나르면서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때 상하이시에서만 10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수방관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로 가뜩이나 시위에 민감한 중국 당국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한 것은 젊은이들의 반일 주장이 반공으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또한 외교관계를 고려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니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말릴 의사가 없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의 막강한 위력을 실감하면서 인터넷이 가져올 체제 위협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국에 진출하는 인터넷 업체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21일 홍콩의 빈과일보는 중국에 진출한 호주 출신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 업체 마이스페이스가 중국의 언론통제에 굴복했다고 보도했다.

 마이스페이스 중국어판은 자율적인 심의 기능을 추가해 네티즌끼리 중국의 국가 기밀을 누설하거나 국가 안전에 위해가 되는 사안을 발견하면 고발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도 중국내 인터넷 사업을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 현지에서 마이스페이스나 구글에 접속해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톈안먼 사태·달라이 라마·파룬궁·타이완 독립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다.

 현재 중국 정부가 벌이는 인터넷 통제 정책의 핵심은 사회체제 유지다.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 전 세계 사회주의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으로서는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방에는 적극적이지만 공산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금도다.

 중국 당국이 접속을 차단하는 5개 웹사이트 그룹 가운데 4개가 체제 유지와 관련돼 있다. 즉 △CNN·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타임·이코노미스트 등 미국과 영국의 주요 방송 및 신문사가 개설한 사이트이며 다음이 △차이나타임스뉴스·저널리스트 등 대만 언론사의 사이트, 세번째는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90년대·개방 등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 중국 매체 사이트이며 나머지는 △달라이 라마 등 티벳과 신장 위그르 지역의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사이트다.

 그 외 사회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플레이보이·펜트하우스 등 포르노 잡지 사이트도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1억3700만명의 네티즌을 보유한 중국은 인터넷을 전문적으로 검열하는 공안만도 약 3만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적발 시에는 인신구속도 불사하고 있다. 류첸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사회 윤리에 반하는 유해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하려는 어떤 기업도 이러한 당국의 조취를 따라야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사이트 통제에는 현지 업체들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 시나·소후·첸룽 등 주요 사이트들은 후진타오 주석이 주창한 8개 영광, 8개 치욕(8영8치)을 주요 내용으로 사회주의 영욕관을 실천하여 조국애를 고취한다는 건전 인터넷 자정결의를 초기화면에 띄우면서 정부 통제에 따르고 있다.

 반면에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에 대응해 글로벌 기업 중심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구글·야후·MS 등 주요 인터넷 업체와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인터내셔널)·국경없는 기자회·휴먼라이츠·기업사회책임협회 등 비정부기구 그리고 하버드대·버클리대 등이 모여 인터넷 시대 기업윤리를 검토할 ‘오픈넷 컨센서스 연합’을 구성했다. 이 단체는 연내 ‘수칙’ 제정을 목적으로 정치적 언론통제 수용 여부, 각국의 언론 통제에 선을 긋는 문제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미국 의회에도 민주·공화 양당이 인터넷 등 언론 자유가 없는 국가에 협력한 기업에 대해 제재와 벌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의 등장은 네트워크만 연결된다면 국경을 초월해 모든 정보를 지구촌 누구나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PC만 있으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 외부의 소리에 목마른 네티즌과 급성장하는 경제와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귀를 막은 중국 정부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홍승모팀장@전자신문, smhong@etnews.co.kr

◆인터넷을 통제하는 나라는

 최근 터키 정부는 건국의 아버지인 케말 파샤를 동성애자로 묘사한 비디오를 올린 구글 소유의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유튜브에 대해 접속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태국 정부도 파띠다(PADDIDDA)라는 아이디로 푸미폰 아둔얏데 현 국왕의 얼굴을 마치 피에로를 연상시키는 분장을 입혀 올린 유튜브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이란은 1000만개 정도의 인터넷 사이트를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검열 대상에 포함시켰고 특히 여성인권 운동 관련 사이트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거나 해당 사이트에 불만의 댓글을 수 없이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파키스탄은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 네티즌 수가 30만여명에 불과한 미얀마에서는 정부가 인터넷 카페를 매 5분마다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신망의 미비로 접속 자체가 어려운 쿠바에서는 반 카스트로적인 용어를 입력하면 경고 메시지가 뜬다.

 840만명의 인터넷 인구를 보유한 태국에서는 지난해 9월 19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CNN 등 뉴스 사이트에 대한 검열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국가 도메인(.nk)이 사용되지 않아 실질적 인터넷 사용자가 없는 국가로 간주된다.

◆중국 인터넷 정책은

 중국은 2000년 5월 총 20개항에 달하는 인터넷 사전검열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방의 기준으로 보면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이 법률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인터넷 사이트도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시는 최고 사형 등 무거운 처벌을 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모든 포털은 관영 언론에서 제공받은 뉴스나 콘텐츠만을 게재해야 하며 외신의 인용은 하나하나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게시판이나 채팅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는 이용자들이 국가에서 승인된 내용만을 다루도록 관리 감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반 시 정부에 의해 삭제될 수 있다.

 중국 인터넷 통제를 총괄하는 신식산업부는 지난 2001년 자국내 모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와 서버 접속자에 대한 기록을 60일 동안 보존해야 하며 정부가 요구할 때는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4일자로 연내 인터넷 PC방에 대한 허가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청소년에 미치는 온라인 콘텐츠의 해악을 미리 방지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속내는 베이징·상하이 등 개방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도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PC방을 통한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미풍양속이 저해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