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환경규제를 새로운 기회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앨버트 고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환경 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는 각종 재난·재해를 야기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전반적으로 그동안 경제논리를 내세우면서 도외시했던 환경 문제에 최근 국제적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환경규제는 환경보전이라는 본래의 목적 외에도 환경과 무역을 연계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추세다. 근래 들어서는 관세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환경장벽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네덜란드에서는 게임기 연결 케이블이 카드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판정되면서 수출 금지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금전적으로는 약 2000억원의 손해를 가져왔고 반환경적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불러왔다.

 특히 이달 1일 발효된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는 국내 전자·화학 업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 REACH는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조제품 및 화학물질 제품)에 대해 등록을 의무화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EU로 연간 1톤 이상 수출하는 모든 화학물질은 화학물질관리청(ECA)에 등록, 화학물질별 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국내 업계가 보유한 각종 정보를 사전등록하는 데만 총 2조50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환경규제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EU REACH 등록을 위한 국내 기업의 채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등록비용조차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등 추후 원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이처럼 환경규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은 이미 발빠르게 환경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환경경영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친환경제품 개발 및 글로벌 재활용시스템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유해물질관리시스템 및 친환경 공급망을 구축해 협력회사의 유해물질 관리기준과 환경관리시스템을 평가하고 ‘에코 파트너’ 인증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와 함께 녹색구매시스템을 도입해 부품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있고 그린파트너십을 확대함으로써 협력사가 친환경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연구소에 대해서는 국제공인 인증을 취득해 유해물질 분석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분석기법 표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모두가 EU REACH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우려는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환경규제에 부응하는 제품을 적시에 만들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대기업과 국내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환경규제라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제품 기술 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고, 기술정보 확보나 전문인력 양성, 유해물질 분석 지원 등 미흡한 부문은 정부의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 간 공동 대응 협의체를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그린파트너십을 강화해 친환경제품 개발, 유해물질 관리, 제품환경성 평가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계 모두가 새롭게 다가오는 환경규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한다는 역발상의 자세로 적극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성규식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환경안전팀 상무 ksycsc.su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