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태그(RFID)와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분야에서 7년을 식객으로 지내 왔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지만, 요즘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무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고객들은 그들이 현재 처해 있는 각각의 환경에서 ‘유비쿼터스 드림(dream)’을 구현해 줄 것을 요구한다. 힘들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의미를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실제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대학교 도서관까지 RFID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등 건설현장에서부터 청정의 한계인 반도체 클린 룸에도 RFID가 설치된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진다. 중국에서 지구 반대편 칠레까지 거의 모든 분야와 장소에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RFID 수요가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RFID가 만들어 나갈 유비쿼터스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도 많은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시범적용 단계에 있지만 백화점에 진열된 고급 포도주에 휴대폰 외장형 RFID 리더를 갖다 대면 포도주의 연령과 수확연도 및 유통과정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할인점에서 카트에 상품을 담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져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래에는 우리의 생체정보를 담은 칩이 신분증을 대체하고 신체 일부에 칩이나 센서를 심어 무선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곳에 있든지 내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집이나 사무실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직접 가지 않아도 가상과 현실의 공간이 융합된 제4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제4의 공간을 우리는 유비쿼터스 공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비쿼터스 변화는 삶의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편리함을 넘어 인간 삶의 개념과 형식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기술(technology)이 아닌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도구가 아니라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환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가 앞장서 추진해오고 있는 RFID 및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시범사업은 초기 기술개발 단계 및 시범 적용단계를 거쳐 올해는 실생활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확산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세계 최강의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래 지능형 첨단도시 건설을 목표를 추진되고 있는 u시티 사업은 유비쿼터스 기술이 망라되는 꿈의 결정체다.
물론 유비쿼터스에 대한 전망과 기대는 엇갈리고 있다. 편리와 행복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반면 가상 공간에 움직이는 정보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버그에 의한 시스템 장애 등 다양한 문제와 부정적인 측면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안감은 보안시스템 등 개인정보 보호장치와 기술적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유비쿼터스 드림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디스토피아적인 측면, 문화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총체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하여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RFID/USN을 기반으로 물리적 공간을 전자적 공간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사물·컴퓨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다 편리하고 지능적인 유비쿼터스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과 미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더불어 원천기술 확보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RFID/USN 원천기술 개발을 비롯해 표준화를 위한 법률·제도의 정비, 단발적인 시범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 산업 간의 연계를 통한 응용분야의 확대 등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
◆손영전 세연 사장 yjsohn@cey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