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국의 아폴로

 1961년 4월 12일 구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 상공을 일주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한 달가량 지난 5월 25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특별 교서를 발표한다. “1960년대가 끝날 때까지는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까지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우주경쟁 패배감에 빠진 국민에게 이 같은 비전을 제시, 새 희망과 꿈을 주었다. 이후 모든 우주개발계획은 이 목표에 맞춰졌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와 세 우주인에 의해 비전은 실현된다.

 엊그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는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 계획(2007∼2016)을 심의, 의결했다. 향후 10년간 우주개발 사업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독자 인공위성 및 발사체 개발과 행성탐사 기초연구 등 우주기술 분야 자립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발표자료에서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적 탐사로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선언적 내용이 부각됐다. 독자기술 개발이라는 선언적 발표 뒤로 실용위성·통신해양기상위성의 발사 지연 내용 등은 슬그머니 숨었다.

 직접비교는 무리지만 이웃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1971년부터 5년마다 30년 후의 과학기술발전 관련 예측조사를 해 내놓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이 보고를 위해서는 전 세계의 실질적 우주연구 현황과 기술수준을 파악,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전 세계 우주기술 강국과 어깨를 겨루는 일본 자체의 기술력도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잠깐 ‘2030의 과학기술’을 열어보면 △혹성의 샘플 채취 후 귀환 실현(2013년) △궤도상에서 직경 수십 미터 망원경을 조립하는 기술 개발(2015년) △달표면에 광학 또는 전파망원경 설치(2021년) △유인 우주선의 화성 착륙과 귀환 실현(2025년) 등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나왔지만 국민은 예를 들어 언제쯤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한국의 아폴로는 언제쯤 달에 착륙할지’ 등을 알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는 2012년 관광용 우주왕복선을 선보이고, 지난 2004년 스페이스십 시험 비행에 성공한 영국의 버진그룹과 미국의 로켓플레인 키슬러사는 각각 우주공항을 짓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의 심경은 어떨까. 이재구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