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공단 발전과 남북IT협력

[통일칼럼]개성공단 발전과 남북IT협력

나는 작년 6월 15일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주관으로 개최된 남북한 공동 세미나에서 ‘전기전자분야 남북협력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 그 요지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IT산업이 경제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있고 남북한 모두 이를 국정 핵심과제로 삼고 있으므로, 경제협력에서도 IT 분야가 남북협력의 심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었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제3국 중개인을 거치는 단순교역이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직교역을 통해 남북이 가진 자원과 자본, 기술을 결합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개성공단도 첨단 설비를 갖추고 직접투자 형식으로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심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남북이 합의해 한전에서 전기가 공급되고 KT에서 전화통신 서비스가 제공되며, 양측 기술자가 상주하며 기술을 지도한다. 통신망 구축 시에는 처음으로 미국 상무부의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심의를 통과해 첨단 설비를 반입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앞으로 양측의 자원과 기술을 집약해 좀 더 차원 높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려면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먼저, 자주 지적된 것처럼 바세나르 협약과 EAR 등의 국제규약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는 관련국들을 설득하는 작업과 함께 이들의 지지를 얻어내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둘째로, 공단의 인프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IT 산업은 최신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여건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화는 개통됐지만, 인터넷과 초고속 광통신, 이동통신 등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가 된다. 우선적으로 망이 구축돼 있는 인터넷만이라도 이른 시일 안에 개통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첨단기술단지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20세기 말, 컴퓨터산업에서 국제경쟁이 심화되자 대만기업들이 중국 대륙에 공동단지를 조성해 대규모 공장이전을 감행했고, 중국 정부는 이들에 파격적인 특혜조치를 베풀면서 정부 재정으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주었다. 오늘날 중국의 IT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선택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IT 분야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범적인 공공기업 형성과 입주를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T 분야의 교육기자재 연구와 생산이 있는데, 이들 분야는 양측이 정부구매를 통해 다양한 공동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중국 단둥에 있는 민간기업 하나비즈 등을 개성공단으로 이전시키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로, 인력 공급과 교육 문제다. 개성공단 본 단지 조성이 논의되면서 10만명에 달하는 노동력의 원활한 공급문제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IT 등의 기술집약 기업 입주가 이를 경감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현재보다 더욱 높은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게 된다. 기술 습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만큼, 양질의 기술자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미리부터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려성균관대학 등 개성 인근의 고등교육 기관이 경공업 분야와 함께 IT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남한도 장기전략 차원에서 이를 지원했으면 한다. 개성공단에서의 IT산업 육성을 통해 남북한 경제협력의 심화 발전과 고부가가치 창출이 크게 촉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cglee@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