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편의를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규모 기업환경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날 정부는 중소·벤처투자 금융인프라(10개)와 기업과세 합리화(24개) 등 105개 개선 분야를 확정하고 이 중 84개는 연내 시행하고 나머지는 오는 2009년까지 점차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 중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논란이 많았던 하이닉스의 구리공장 건설 허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하이닉스의 구리공장 건설을 반대했지만 이번에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전제로 허용했다. 다소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제라도 하이닉스 구리공장 건설을 허용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하이닉스는 300㎜ 웨이퍼 생산을 위해 현재의 70∼90나노 기술을 50나노급 이하로 개선, 생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이닉스의 국내외 경쟁사들은 공정을 구리로 바꾼 지 오래됐다.
인텔과 IBM은 지난 2000년부터 전도성이 높은 구리를 이용해 90나노급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을 구축했고 D램 업체 중에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2005년 90나노 공정에 구리를 처음 사용했다. 국내서도 삼성전자와 동부일렉트로닉스가 상수도 보호 관련 법령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도 기흥과 충북 음성에 구리 공정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구리가 중요한 것은 전도성 때문이다. 60나노 공정에서는 회로 간 배선을 연결하는 데 알루미늄을 사용할 수 있지만 50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전도성이 낮은 알루미늄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유수의 반도체업체들은 알루미늄보다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 사용 공정을 계속 확대했으며 오는 2009년께면 구리 공정 전환을 통한 생산성 경쟁이 본격 전개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이천지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구리·납·비소 등 19종류의 특정 수질유해물질의 배출을 금지하고 있는 수질환경보전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을 정비하기 전에는 구리 공정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견지,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 관련 규제법이 등장한 10여년 전과 달리 현재의 환경기술은 매우 발전, 폐수를 최종 처리한 방류수를 하천이나 강 등 외부로 전혀 배출하지 않고 공장 안에서 재순환시키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즉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실질적인 구리공정 전환은 환경부가 관련법을 정비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이닉스 사건은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규제의 철폐는 기업의 왕성한 활동을 조장하고 결국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