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던 코끼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기타시로 가쿠타로·오토시 다쿠마 지음, 이원동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1만2000원.
1980년대 초 ‘포천’지가 4년 연속으로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했던 IBM은 경쟁업체 출현과 고객의 변화된 기대에 제대로 부응치 못한 끝에 90년대 초반 창업 이래 최악의 적자를 내는 위기에 처했다.
이 때 IBM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된 루 거스너 CEO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살아남는 것’이었다. 루 거스너는 IBM의 핵심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과 자산을 신속히 처분했다.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고, 관리자의 수와 단계를 줄이며 외부에서 핵심 인력을 영입해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IBM 기사회생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제품 분야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나라별 조직을 하나의 글로벌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와 더불어 전사적 지식경영 인프라와 최고경영자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강화해 각 나라의 조직과 IBM 직원들에게 일체감과 소속감을 심어주었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다음 IBM은 변화된 시장에 맞춰 핵심 역량과 사업 전략을 혁신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전 세계에 분산된 영업 조직을 고객의 입장에서 주요 산업별 솔루션 조직으로 재구성했다. 이와 함께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직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심어주고, 맡은 일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성 높은 성과를 이루는데 힘썼다.
이 결과 오늘날 IBM은 세계 최대의 서비스 및 컨설팅회사, 세계 최대의 기술회사, 세계 최대 규모의 e비즈니스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IBM의 극적인 부활 비결은 고객 중심의 경영 혁신에 있었다. 새로운 시장을 예측하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전략 혁신, 그리고 프로세스의 재구축 및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고객의 기대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90년 IBM 역사상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 루 거스너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그 뒤를 이은 샘 팔미사노 현 CEO가 오늘날까지 추진하고 있는 고객 중심 경영 혁신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사업 혁신, 핵심 업무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기업 문화 혁신으로 고객 만족을 구현한 전 과정을 IBM 아시아퍼시픽 회장 및 이하 최고경영자가 직접 요약한 책이다.
이 책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이 아시아 문화권에서 기업의 전략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 환경에 맞게 수행한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서비스 과학을 최초로 제기한 IBM이 이를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자세히 나타나 있다.
이제 IBM은 하드웨어 중심의 ‘컴퓨터회사’에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회사’로 변신했다. 모든 것을 시장 중심의 고객 요구와 기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결과 IBM은 세계 최대 컨설팅 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IBM의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루 거스너 아래 위기를 탈출한 IBM은 업계 최고가 된 지금도 샘 팔미사노 현 CEO 아래 고객의 혁신에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의 요구를 찾아 변화에 대응하려는 IBM의 스피드 경영을 통해 독자는 성공을 확신한 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동양인의 눈을 통해 본 IBM 성공 전략이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과 기업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업의 현지화와 나아가 각 분야·지역에 퍼져 있는 조직원을 하나의 가치관 아래 끌어 모으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