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를 맞는 첫 월요일 아침이다. 새해를 맞이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물론 하반기는 경기가 다소 호전된다 하니 지난 상반기가 홀가분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최근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600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결과를 보면 하반기도 그리 녹록하게 다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이 조사에서 기업들은 하반기 경기가 다소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원가절감이나 구조 개혁과 같은 경영 내실화를 중점 경영전략으로 꼽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기호전을 순수 성장보다는 내부 경영효율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마당에 국가대표 중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일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삼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뉴스는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조가 요즘 삼성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면 이는 산업계 전체에도 해당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IMF 위기 때의 악몽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환율과 같은 대외 경제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런 대외 변수들에 취약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다. 그 뿐인가. 아직도 여권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대선정국 까지 가로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어떤 경제 정책이 필요할까.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심리 회복, 즉 ‘기업들의 경제마인드 여건조성’을 꼽았다고 한다. 원자재 수급대책이나 내수진작 같은 관습적 요구가 뒤로 밀려난 것은 의외다. 그동안 경제난을 극복한다고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놓던 정부 태도에 대한 학습효과였으리라. 기업이나 국민 앞에 정부가 진짜 고민해야 할 때다.
서현진정책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