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요즘 중소기업에선…

 저는 조그만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입니다. 오늘은 중소기업계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벌써 중소기업계 얘기를 한다고 하니 긴장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중소기업계 고민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단체수의계약 얘기부터 해야겠군요. 여러분도 작년에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폐지된 것은 알고 계시지요.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수십년간 공공기관 대상으로 단체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인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죠. 전산 분야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업계의 50%가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부활하라니 요즘 세상에 가당키나 한가요.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하고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우리 조달물자 시장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부활한다는 게 언감생심 가능한가요. 곰곰이 생각하면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바람직하게 운영됐는지 솔직히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정부가 단체계약제도를 없애면서 특허·신기술제품(NEP)·KT인증 제품 등에 대해 공공기관우선구매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NEP제도는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정부는 NEP제품은 공공기관이 수의계약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습니다. 기술이 우수한 업체에 대한 배려인 셈이죠. 저희 회사도 어렵게 NEP 인증을 받았는데 막상 받아놓고 나니 별 쓸모가 없네요.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매기관이 감사원 감사를 두려워해 NEP제품의 수의계약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모 공공기관에서 NEP 인증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는데 경쟁업체가 투서를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들이 목을 걸고 NEP제품을 구매할 리 없지요.

 다음으로 무슨 얘기를 할까요. 혹시 ‘내부회계관리제도’라고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보셨다면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상기하면 될 것 같네요. 엔론사태가 터지면서 CEO에게 회계서류에 대해 서명토록 했죠, 아마.

 국내 상장기업과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비상장 기업은 꼭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운영해야 합니다. 회계법인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감사도 하죠. 내년부터 이 제도가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도 확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관련규정을 만들고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회계인프라가 취약하고 시스템구축 경험도 별로 없는 중소기업에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좀 무리가 이닐까요(미국도 상장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다던데). 현재 금융 당국이 관련 규정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는데 좀더 지켜봐야겠지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상속세 문제도 한마디하겠습니다. 32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업체 사장이 최근 아들에게 가업을 넘겨줬는데 상속세를 내고나니 사업체가 반 토막이 났다고 하더군요. 결코 남의 동네 얘기가 아닙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이지요. 일본도 최근 ‘마치코바’라고 불리는 소규모 공장들이 승계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가업승계 기업인에게 상속세 감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는데, 공연히 김치국부터 마시는 것은 아닌지. 가볍게 얘기한다고 해놓고 불만만 잔뜩 늘어놨네요.

◆장길수 논설위원 ksjang@etnews.co.kr